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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상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겠지?

완결

by 이든










3년 전, 아기가 세상에 나오면서 내가 살던 세상이 사라졌다.

내가 알던 나도 사라지고, 내가 있던 공간도 사라지고, 내가 날 위해 꾸려가던 나의 시간들이 사라졌다.

그 빈 공간을 채우려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듯 밀려오는 허무함, 공허함, 억울함...

그것들에 지지 않으려 얼마 남지 않은 힘을 짜내 버티고 버티던 시간들...




차라리 그 힘으로 새 삶을 만들어가 보자 다짐하고 맨바닥에서 시작한 두 번째 삶.

지금까지의 나를 만들어온 시간들을 뒤로한 채,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고민하는 시간을 거쳐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통해 이전의 나는 상상할 수 없던 세계에 살고 있는 지금.




행복하다면 행복하고, 불행하다면 불행의 끝이 없다.

인생이란 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이 그저 그대로 존재하는 물질과도 같다.

지금 나의 삶은 이런 모양인 거다, 그냥.

그저 중요한 건, 지금부터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잘 선택하고 잘 걸어가면 되는 거다.


‘나를 절벽으로 민 사람 때문에 내게 날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지.’


퇴사 후 힘든 날을 보내고 있을 때 어디선가 만난 문장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그까짓 거 한번 뛰어보자. 여기가 절벽 끝인지 활주로 끝인지.


지금의 나는 이런 모습이지만, 일 년 뒤, 오 년 뒤, 십 년 뒤 나는 또 어떤 좌절을 겪고, 어떻게 극복해서,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이 지점이 새로운 시작일 수도, 새로운 끝일 수도 있다.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행복과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뭐든 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제 나는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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