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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RN Feb 20. 2021

퇴사는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마지막 출근길이었다. 한겨울에 하필 비가 내렸다.

새벽 6시 30분.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컴컴한 시간이다. 10년 동안 다니던 이 길을 이제 가지 않아도 된다.


 퇴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중, 어려운 사람들에게 어려운 말을 꺼내야 했던 순간과 절친한 동료들에게 퇴사를 비밀로 버텼던 순간이 정말 괴로웠다. 의논하면 나의 결심이 흔들릴까 봐 더욱 확고하게 무장하고 대화에 임했던 것 같다.


 걱정과 격려가 교차했지만, 걱정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지난 2년간, 나 역시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이유도 이 걱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나는 퇴사를 할 수 있었던 걸까.

 

 퇴사에도 자격이 필요한가 보다. 나보다 퇴사가 시급해 보이는 동료들도 있는데, 그들은 퇴사의 선택지를 지운 경우가 많았다.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돈이 가장 큰 문제이지 않았나 싶다.


 퇴사를 통보했을 때 동료들은 하나같이 모두 눈이 동그래지고, 머릿속이 새하얘진 모습이었다. 그 와중에도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너 로또 됐어?'

'비트코인 대박 난 거야?'

나도 그러고 싶지만 틀렸다.


 그보다는 현실을 계산해봤다. 나는 현 직장에서 얼마나 더 근무할 수 있을까. 지금 같아선 3년 버티기도 힘들어 보이지만, 통 크게 20년 다닌다는 가정을 했다. 연봉도 크게 1억 원으로! 그러면 나는 20년간 20억 원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 20년간 20억 원을 벌 수 있다면, 지금 이 일을 그만둬도 되겠다. 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자.'


 나는 이렇게 목표를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목표가 생기니 이루고 싶은 마음이 덩달아 생겼다. 무섭게도 조기달성 욕심까지 생겨서 밤마다 심장이 뛰고 잠이 안 오는 것 같다. 공부도 하고, 팔자에 없던 글도 쓰면서 아주 바쁘게 살고 있다.


 퇴사를 고민하는 동료에게 나는 이런 목표를 세워보는 걸 권유했다. 그럼 회사는 내 전부가 아니게 된다. 회사는 내 목표 중 일부가 되고, 목표에 맞게 대체할 수도 있다. 이 방법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이 목표는 20년 동안의 계획이니까

 적어도 19년은 편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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