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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도 '사'자 직업입니다만

by young

제가 사회복지사라는 이야기를 주변에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사회복지사요? 좋은 일 하시네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편이 허전해집니다.

좋은 일을 한다는 말 뒤에는 늘 ‘희생’이 따라붙고, 그 희생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질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브런치북과 똑같은 제목인 이번 화에서는 사회복지사의 처우와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일 먼저 사회복지 공무원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인터넷에 공무원 기피직렬, 혐오직렬로 검색하면 늘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직렬이 바로 사회복지직입니다.

이 사회복지직을 모두가 기피하고 공무원계의 3D라고 부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대상자에 비해 사회복지 공무원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부족합니다.

공무원 1명당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수천명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업무과중으로 상시 야근하는 것은 기본이고, 과로사를 하는 경우까지도 발생을 합니다.


두번째는 악성민원입니다.

복지대상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거칠게 살아온 사람이 많고, 또 복지가 돈과 관련된 부분이 많다보니 진상 민원인을 만나는 것은 사회복지 공무원에게는 매우 흔한 일입니다.

작년에는 악성민원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공무원이 뉴스에 보도되었습니다.

해당 악성민원인은 명예훼손으로 고작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았습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032118045#c2b



사회복지 공무원을 하고 있는 후배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대부분 이 진상민원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웁니다.


한 남자 후배는 자신의 머리를 보여주었는데, 이마 위쪽 부분에 꿰맨 자국이 보였습니다.

한 민원인이 휘두른 지팡이에 머리가 찢어져서 꿰맨 것이라고 했습니다.

후배는 그 어르신께 지팡이로 머리를 하도 맞아 정수리가 하트모양이 되었다면서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다른 여자 후배는 처음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입사할 때, 선임들이 무표정에다 별로 말도 없어서 민원인을 응대하는 나름 서비스직인데 저런 표정을 해도 되나 생각했지만 민원실에 일주일을 있어보니 본인도 모르게 표정이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지원금 신청기한이 끝나고 찾아와 해달라며 민원인이 민원실에 드러눕는 경우는 부지기수고 작년에 본인이 근무하는 구청에 민원인이 칼을 들고와 공무원을 찌르려다 붙잡혀서 민원대에 유리가드가 생긴 사례도 이야기해줬습니다.


이렇다보니 항상 찾아오던 악성 민원인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슬퍼하기 보다는 다들 환호를 지르거나 할일이 줄어서 좋다고 말하는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공무원이 민원인을 고소하는 것은 매우 쉽지 않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 분위기가 공무원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고소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이에 따라 공인의 위치인 공무원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고소했다가 해당 시,구 등이 언론에 안좋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에 따라 무마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공무원이 아닌 일반 사회복지사는 처우가 괜찮을까요?

장애인 복지관에서 일하는 후배를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더운 날씨임에도 긴팔을 입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팔 곳곳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습니다.

후배가 근무하는 장애인 복지관의 한 장애 아동이 꼬집는 버릇이 있어 매일 꼬집혀서 그렇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나라의 지원금을 받는 복지기관은 지원금만으로는 기관을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후원금이나 공모전 등에 목숨을 거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매달 입금되는 정기후원금은 안정적인 수입원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정기후원금 등록을 강요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면접 때 대놓고 후원인 몇명까지 모아올 수 있냐는 소리를 하는 곳도 직접 경험해봤습니다.


혹시 '일일호프'라는 것을 들어보셨나요?

보통 대학교 동아리에서 일일 술집을 만들어 선배들이나 지인들에게 판매를 하는 행사인데, 복지관에서도 이 일일호프를 종종 진행합니다.

기관운영비 충당, 사업 기금 마련, 후원자 모집 등을 이유로 말이죠.


일일호프를 진행하는게 결정되면, 직원들에게 그날 사용할 수 있는 쿠폰들을 나눠줍니다.

마음껏 먹고 마시라고 주는게 아니고 그 티켓을 팔아오라고 시키는 겁니다.

공식적으로는 자율이라고 하지만 기관 및 본인의 실적과 직결되다보니 사실상 자율이 아닌 강제입니다.

직원들은 지인, 가족들에게 판매를 권유하다 다 못팔면 울며 겨자먹기로 본인이 구매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복지 전문성을 가진 사회복지사를 뽑고 우대해줘야하는 복지관에서 전문성보다는 영업능력이 우선시 되는 상황이 매우 아이러니합니다.


장기요양기관도 다르지 않습니다.

요양보호사들은 이용자에게 성추행 등을 당해도 도움의 손길을 받기조차 어렵습니다.


기관은 이용자가 나갈까봐 쉬쉬하며 무마하려는 곳들도 있으며, 실제로 신고를 해도 고령에 치매라는 이유로 처벌이 매우 어렵습니다.


"목욕보조할 때 성희롱 당해…할퀴고 꼬집는 노인도"[돌봄노동 그림자] - 아시아경제


최근 시범사업으로 요양보호사가 착용할 수 있는 녹음기를 기관에 무료로 배부하고 있지만 의무화가 아니다보니 아직은 녹음기를 다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할 수 있다는 이유이지요.


사회복지사도 ‘사’자가 붙은 직업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자는 존중보다는 희생과 봉사의 이미지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리는 늘 타인의 복지를 설계하고, 지키고, 돌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묻고 싶습니다.

사회복지사의 복지는 누가 책임져줄까요?


사회복지사는 자원봉사자가 아닙니다.

사회복지사도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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