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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쟈스민 Apr 06. 2022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이누야샤

퇴사를 했다.

올 2월에 나는 3년 정도 근무한 학교에서 새로운 학교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에 즐거운 일만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수업 25 시수, 담임, 정보기획, 영어과 부장 업무를 맡으며 도무지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업무분장을 받자마자 알게 되었고 그렇게 업무분장은 정리되지 않은 체 무리하게 일은 시작되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몸은 지쳐가고 더 이상 아무것도 버틸 수 없게 되자 인후에 문제가 생겨 병가를 써야 했지만 대체인력도 구해줄 수 없다는 통보와 병가도 휴직도 아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 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일을 그만두고 장기간 복용한 항생제 부작용으로 몸에 문제가 생기면서 입원하게 되었고 얼마 전에 퇴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이 힘겨워질수록 주위 사람들에게 예민하게 군 것이 고스란히 돌아와 소중한 마음과 관계도 잃게 되었다. 물론 나의 잘못이지만..

환경이 나를 지배한 것인지, 내가 환경을 그렇게 만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잔인한 3월을 보냈고 회복하여 살아남으려 애쓰고 있다. 4월은 좀 평안하기를 기원하며. 


퇴사를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할 때도 다른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있었을 때도 퇴사를 했지만 이번은 감회가 새로웠다. 한 달만에 퇴사를 하게 된 것도 있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야말로 정말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다.


내 이름은 가영인데 내 이름을 들으면 다들 누구나 한 번은 봤을 법한 퇴사 짤의 주인공인 가영이를 떠올린다. 정말 그 가영이처럼 나라는 가영이도 시원하게 퇴사를 했다.


이 퇴사 짤의 주인공인 가영이는 만화영화 '이누야샤'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다. 나는 어릴 적 이 만화를 정말 많이 봤다. 여자 주인공 이름이 나랑 같아서도 있지만 매회 모험을 떠나는 것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다. 난 여기저기 해외를 누비는 것을 좋아하고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는데 만화 속 주인공인 가영이는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집 우물로 뛰어들었다가 중세시대로 타임슬립을 한다. 그렇게 가게 된 곳이 요괴들이 득실거리는 세계였다. 가영이는 그곳에서 반요괴 이누야샤를 만나게 된다. 그 둘은 처음엔 앙숙이었지만 마치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과 삼장법사처럼 함께 절대적인 힘을 가진 사혼의 구슬 조각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요괴 퇴마사와 요괴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그 여정을 함께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가족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사랑을 하고 우정을 쌓아가고 정의를 실현한다. 그렇게 매회 이누야샤와 가영이는 요괴를 퇴치하고 사혼의 구슬을 되찾는다. 


나는 매회 새로운 요괴들을 보면서 징그럽거나 잔인하다는 생각보다는 모든 요괴들에게도 사연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흉측하고 징그럽고 더럽고 무서운 존재들은 빨리 죽여 없애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들도 그들의 사연이 다 있었다. 그들이라고 그렇게 되고 싶었을까. 모든 존재가 처음부터 괴물은 아니었다. 그들은 사랑받지 못하거나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되어야 했다. 혹은 자신의 욕망이 자신이 누구인지 잊게 하고 자신을 점점 더 흉측하게 만들어 요괴로 만들어버렸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괴물들을 만난다. 그것이 타인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이기도 한데 그들은 우리의 입장에서 빨리 해치우거나 피해야 하는 존재이지만 그들도 사랑받지 못하거나 욕망에 잠식당한 존재들이다. 어느샌가 자신도 자신이 무엇이었는지 잊은 체 그렇게 변해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아픈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용서하는 마음을 갖고 싶다. 


왜냐면 만화 속 가영이는 단호하지만 그런 따뜻한 마음이 있는 주인공이었고, 나도 가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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