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왔다
그 새의 심장박동을 따라갈 재간은 없는데
내어줄 꿀단지도 없는데
앞으로 더 다가왔다가
뒤로 물러서기도 하면서
우리 사이의 거리를 잰다
언제 본 적이 있었던 가
손등을 대어주어도 앉을 일 없이
그리 말도 없이
유유히 흘러가는 벌새 한 마리 여서
다음을 기약할 땐
꿀 한가득 준비해놓을 거라 했다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넌 그런 기억력이 강하다는 것을
난 알고 있기에
슬픔을 위로하다 슬퍼지고 그러다 사랑에 빠지고 이별을 만나 주춤하는 일이 마냥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