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영 Mar 19. 2023

남편 생일, 내 생일, 결혼기념일 한 번에 퉁쳐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9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지난 2년간 두 여자, 유영과 캘리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를 시간순으로 엮은 공동매거진입니다. <잃시상>은 평범한 직장인 유영이 우연히 심리상담전문가 캘리를 만나 서로의 감정일기를 편지 형식으로 나눈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던 유영이 캘리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감정의 바다에서 유영(游泳)할 수 있게 되는 성장 스토리입니다.


제9화 ‘남편 생일, 내 생일, 결혼기념일 한 번에 퉁쳐요'는 유영의 가족 기념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영과 캘리, 두 여자가 감정일기를 교환하면서 풀어가는 이야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격주로 발행됩니다. 다음 이야기는 4월 2일 일요일 오전 9시에 이어집니다.






유영의 감정일기 >>클릭  <잃시상> 7화 ESFJ 7W6의 셀프솔루션, 잘하고 있는 건가요ㄹㄹㄹ준 오

캘리의 피드백    >>클릭  <잃시상> 8 MBTI와 에니어그램(2)





남편 생일, 내 생일, 결혼기념일 한 번에 퉁쳐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지난 치유독서상담프로그램으로 읽은 왓칭 책, 말인데요. 선생님께 피드백받은 상보성의 원리, 그러니까 결국 어떤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그 말씀요. 그걸 우리 부부에게 비춰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사실, 선생님의 피드백이 없었다면 그건 기회라기보다, 끄달림이 되었겠죠. 상황에 끄달리기 보다 나의 생각으로 상황을 해석한다면 저는 이 세상에서 끄달리며 사는 게 아니라, 생각으로 살아내는 사람이 되는 거겠죠.



우리 가족의 기념일은 참 재미있어요.


재미있다는 표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기념일을 잊기도 힘들답니다. 딸아이는 5월 5일 어린이날에 태어났기에 잊기 힘들고, 또 우리 부부의 기념일도 그래요. 남편생일, 결혼기념일, 내 생일은 일주일간격으로 연달아 있답니다. 그렇다고 잘 챙기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어린이날이 생일인 딸에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를 낳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니?"

"너 생일날 내가 칭찬받고 위로받아야 해"

"너 선물이 아니라 내가 선물을 받아야지"


지금생각하면 가스라이팅보다 더 무서운 나르시시스트다운 발언이었습니다. (-굳이 과거형으로 쓴 건, 반성하고 후회하며, 앞으론 딸에게 그런 맘먹지 않으려는 제 의지의 표상입니다.-) 이런 식으로 딸이 어린이날도, 생일도 즐기지 못하게 고문했습니다.



우리 부부 이야기도 해드릴게요.


 일주일 간격으로 연달아 있는 우리 부부의 기념일은 주로 두 개씩 묶어서 했어요.


1안 : 남편생일+결혼기념일, 내 생일
2안:  남편생일, 결혼기념일+내 생일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결혼 20년 차가 되니 자연스럽게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1안이 되기도 하고, 2안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1안인 듯 남편생일을 하고, 결혼기념일은 잊히고, 제 생일이 다가왔습니다.


퇴근하면서 내돈내산 케이크를 들고 쭐래쭐래 집에 왔더니 아무도 없더랬어요. 혼자 저녁을 차려먹고 식탁에 앉아 있으니 딸아이가 빼꼼하고 현관으로 들어왔습니다. 무슨 식스센스의 한 장면처럼 내가 보이지 않는 귀신이라도 된 것처럼, 아이는 나를 보지 않고, 방으로 급하게 들어가 문을 꽝 닫아버렸습니다.


10시가 넘어 혼자 케이크를 대충 잘라 먹고 남은 건 냉장고행 락앤락 열차통에 적당히 실어 보냈습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남편은 내 생일을 기억해내지 못했습니다. 삼일째 되던 날, 두둥, 드디어 남편은 냉장고의 케이크를 보고 한마디 했습니다.

"이 케이크 얼른 먹어치워 버려. 며칠은 된 거 같아"


띠리딩~

올해 우리 부부의 기념일은 어떻게 되었을 까요. 1안도, 2안도 아닌 으뜸안이 나왔습니다.


으뜸안: 남편생일+결혼기념일+내생일


날짜도 상관없고, 선물도 필요 없습니다. 단 한 번의 외식으로 퉁치기로 했습니다. 감정일기를 쓰기 전이라면 세 번의 기념일을 하나로 퉁치자고 한다면 바가지 폭탄을 던졌겠죠. 하나하나 다 꼬박꼬박 챙겨서 관심받고, 축하받고 싶은데, 얼렁뚱땅 적당히 넘기는 남편이 미웠습니다. 그랬던 제가, 으뜸안을 제안했습니다.


감정일기를 쓰니, 혼자 케이크를 먹으며 섭섭해하는 내 모습이 보입니다. 이런 게 지난주 치유독서에서 배운 왓칭이겠죠. 가족에게 외면당했다고 자책하며 배신감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내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건가요. 남편과 딸은 저에게 관심이 없는 걸까요.


딸아이를 먼저 말씀드릴게요. 부모인 내가 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먼저인 거 같아요. 스무 살이 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학생이고, 나야말로 딸 생일을 챙기기는커녕 생일날 내가 배 아파 너를 낳았다는 끔찍한 소리를 해댔으니까요.


남편은 말하자면, 내 생일은 깜빡하지만, 매일매일 깜빡하지 않는 게 있습니다. 제 아침을 챙겨줍니다. 뜨끈뜨끈한 쌀밥이요. 남편은 뜨끈함에 진심입니다. 결혼기념일을 몰라도, 생일을 잊어도 배가 고프면 밥은 잊지 않는 남편에게 섭섭해한다면, 그건 제 욕심이겠죠.


남편 생일, 내 생일, 결혼기념일 몰아서 외식 한 번으로 퉁쳐도 오늘의 주인공은 나~인 거 같아요. 남편과 딸의 축하가 없어도 말입니다. 그 축하, 선물 따위에 끄달리기보다, 내 생각으로 매일매일 뜨끈함에 진심인 남편과 나르시시스트 엄마의 희생양인 딸의 상황을 해석해 냈습니다. 그러니 이제 저는 생각으로 살아내는 사람 된 거 맞겠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격주에 한 번 일요일 오전 9시에 발행됩니다.

2월 26일 일요일 오전 9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제11화로 이어집니다.


본 감정일기를 읽은 후 (아래 링크) 심리상담전문가 캘리의 피드백을 읽으시면 화나고 우울한 감정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심리상담전문가 캘리의 피드백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제10화 

https://brunch.co.kr/@ksh3266/64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2화

https://brunch.co.kr/@youyeons/40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3,4화

https://brunch.co.kr/@youyeons/43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5,6화

https://brunch.co.kr/@youyeons/45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7,8화

https://brunch.co.kr/@youyeons/47


이전 06화 누군가 미워질 때 왓칭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