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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 Mar 24. 2024

생활은 사랑

물건을 다루는 다정한 방식

“정말 소중한 것이라면 이렇게 다뤘을까?” 사뭇 로맨틱하게도 들리는 이 문장은 동료 J님의 말입니다.


요전 날, 옷가게에서 새로운 옷을 입어 보려고 탈의실에 들어간 J님은 문득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방금 자신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휙 던져둔 옷가지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새 옷은 살지도 안 살지도 모르는데, 정작 내가 입고 있던 옷은 내팽개친 거예요.“ 결국 다시 옷을 주섬주섬 집어 바르게 걸어 놓았다는 일화입니다.


“만약 천만 원짜리였다면 그랬을까요? 뿐만 아니라 인생네컷도 아무렇게나 두고 있었더라고요. 추억은 소중한 거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다가 결국 이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무언가를 소중하다고 생각하면 결코 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요. 다시 말해, 물건을 아무렇게나 다룬다는 것은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다음날 회사에 와서 이 이야기를 다시 꺼냈을 때 다른 분은 말했습니다. “옷 갈아입다 보면 아무렇게나 던져둘 수 있죠.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J님은 널브러뜨린 옷가지에서 단순히 옷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본 것이겠지요. 마음의 모양이라면, 그것은 중요한 일이 됩니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둘 때, 실은 일일이 그 물건을 소중히 여기며 두진 않습니다. 내가 바쁘거나 귀찮을 땐 휙 던지고, 평온할 땐 얌전히 둡니다. 어디까지나 나에게 맞춘, 나의 기분에 복종한 동작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나를 넘어, 내 일상을 구성하는 다른 요소를 애틋이 여기는 마음. 눈길로든 손길로든 매 순간 그 따뜻한 마음을 잘 빚어낼 때 우리는 또 다른 형식의 사랑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건들이 놓인 풍경은 내가 쏟은 사랑의 풍경입니다. 물건의 모양은 곧 내가 정성껏 빚거나 또는 무심코 뱉어낸 사랑의 모양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좀처럼 그러한 사랑을, 귀한 마음을 아무렇게나 선단에 걸고 바닥에 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조각가는 작품에 대한 사랑을 수개월 또는 수년 걸려 혼신을 다해 빚지만, 생활자로서 우리는 매일 물건을 다룰 때마다 가볍게 사랑을 조각할 수 있습니다. 물건을 바르게 놓는 것은, 매 순간 사랑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랑을 연습하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물건을 소중히 놓아 봅시다. 물건도, 사람도,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말해, 생활은 사랑. 끊임없이 일상 속의 무언가를 소중히 돌보는 연습입니다.


...정말 소중했다면... 이렇게 두진 않았겠지요.


ps. 지금 당장 떠오르는 무언가를 향해 이렇게 물어보세요.

“정말 소중한 것이라면 이렇게 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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