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기분 좋아지는 사람의 힌트
“보고 있으면 왠지 기분 좋아지는 사람 있지 않아요?” 도쿄 쿠라마에의 한 초콜릿 디저트 카페에서 줄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동료 재현님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까부터 분주하게 문을 들락날락거리며 줄을 선 손님들을 안내하는 직원이었습니다. 꾸밈없는 검고 짧은 머리에 흰색의 단정한 유니폼을 차려입은, 수수한 얼굴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어떤 느낌인지 알죠?”, ”네, 약간 ‘바른 청년’의 느낌(웃음)”. 이런 대화를 하며 우리 둘 다 괜히 그분의 뒤꽁무니를 눈으로 쫓았습니다. 그러다 살짝 떠오른 의문이 있었습니다. “근데 어떤 부분 때문에 기분 좋다고 느끼는 걸까요?” “흠... 저렇게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는 모습...? 순수함?“ 고민하던 재현님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 대답을 곱씹다가, 어렴풋이 ’시원스러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그가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는 것은 투박하고 둔탁한 느낌이 아니라, 바람이 한 번 딱 깔끔하게 불고 지나가는 것처럼 시원스러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손님을 마주하면 한 치의 멈칫거림 없이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짓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선뜻 도움을 주는 모습들이 마치 산들바람 같이 싱그럽고 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그를 보자마자 처음 떠오른 단어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일본어로 ‘사와야카(爽やか)’라는 형용사입니다. 사와야카란, 마치 이런 장면이 떠오르는 듯한 단어인데요. 혹시 그런 장면 아시나요? 애니메이션 속에서 미인이 환하게 웃는 순간 주변부로 작은 들꽃들이 화사하게 포로롱 피어나는 장면 말입니다. 또 뽀송뽀송 잘 마른 빨래처럼 보시락보시락 산뜻하고 상쾌한 느낌. 사와야카란, 그런 단어입니다.
느낌으로만 알던 사와야카라는 단어를 실제로 검색해 보니 그에게서 느꼈던 ‘시원스러움’의 정체를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일본어 사전에 의하면 ‘산뜻하고 상쾌한 모양’에 더불어 ‘막힘이 없이 시원시원한 모양’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제가 그때 느꼈던 그의 시원스러움은, 다름 아닌 서비스를 전하는 사람으로서 가진 상냥한 부지런함이었습니다. 바른 자세로 척척 메뉴판을 건네고 대화를 나눌 땐 입가에 화사한 미소를 띠고, 긴 다리를 뻗으며 계단을 사뿐히 오르내리는 모습은 전부 그가 자신이 맡은 카페의 업무와 손님들의 편의를 챙기기 위해 망설임 없이 몸 전체를 기꺼이 쓰며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산들바람이 풀꽃을 스치듯 막힘이 없이 상냥하게. 그런 모습은 의외로 감상하기 드뭅니다. 손님의 호출에도 느긋하게 움직이고, 미소가 한발 느리며, 손으로 직접 건네는 대신 위치를 가리키는 여느 직원과는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긴 허우대로 이리저리 누비는 그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손과 발과 얼굴과 몸 전체를 시원스럽게 움직일 줄 아는 부지런함은 곧 상냥함이라고요. 싱그럽게 웃어 보이는 것은, 두 다리를 사뿐하게 내딛는 것은 생각보다 마음을 쓰지 않으면 어려운 일입니다.
시원스럽게 미소 짓고, 시원스럽게 대답하고, 시원스럽게 걷고, 시원스럽게 친절을 베푸는 동작. 그러고 보니 마치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닮은 것 같지 않나요? 그런 풋풋함이 그 청년이 갖고 있던 특유의 순박하고 바른 느낌의 핵이 아니었을까요. 그날 저희가 느꼈던 ’왠지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란 자신이 마주한 눈앞의 사람에게, 내가 맡은 나의 일에게 바로바로 상냥해질 수 있는 ‘사와야카나 히토(爽やかな人)’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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