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왕좌의 게임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

by 양옙히

비로소 목적지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이곳을 위해 나는 그동안 열심히 움직였구나."

아득한 수평선을 보며 성취감을 느낀다.

주변을 돌아보며 애틋함을 느낀다.

그리고 나를 돌이켜보며 자신감을 느낀다.






어둠을 헤치고 여객선은 동이 틀 무렵에 스플리트에 도착했다. 이곳도 휴양지로 유명해서 사실 2번 정도 자고 갈까 생각도 했지만,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눈 앞에 두고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항구 앞에는 두브로브니크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는 터미널이 있어 곧장 출발할 수 있었다.

예상되는 도착시간은 저녁 7시. 무려 12시간이나 버스를 타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종종 이렇게 버스로 큰 이동을 하는 경우 유럽에서는 화장실이 달려있는 버스를 이용한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비교적 부유한 국가는 아니기에 그런 복지는 꿈꿀 수 없었다.


인터넷으로부터 단절된 채 12시간을 달린다.

휴게소에 3번 정도 들렀고, 고작 부산에서 개성 정도의 거리인데도 해안선을 따라 가느라 시내에서 주행하는 속도 정도로 달렸다. 크로아티아가 가진 해안선의 90% 정도를 볼 수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었달까.


23_1.jpg ▲ 스플리트 버스 터미널 앞에서 찍은 사진.


놀랍게도 두브로브니크는 일종의 섬처럼 되어있다. 분명 육지인데, 크로아티아에서 보스니아로 출국을 했다가 15분 정도 달린 후 다시 크로아티아로 입국한다. 지도를 펼쳐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버스에 경찰이 올라와 여권을 검사했는데, 그때가 약 10시간쯤 버스를 탔던 때였다.


그렇게 잔뜩 허리가 구겨진 것을 느끼며 두브로브니크 버스터미널에 내렸다. 숙소가 있는 부자 게이트까지는 시내버스를 타고 또 들어가야 했는데, 사실 이때부터는 설레는 마음 때문인지 힘든 것을 느끼지 못했다.

왕좌의 게임에 빠져 시작한 여행에서 드디어 메인 촬영지에 도착하다니.

심장이 뛰었다. 마땅한 숙소가 없어 여기서도 한인민박에 머물렀다.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자는 게 우선이었다.



23_2.jpg ▲ 올드타운 입구에 모여있는 보트들.
23_3.jpg ▲ 올드타운에 들어서자 작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하던 사람들.


두브로브니크에 오는 이유는 정말 단 하나다. 올드타운을 보기 위해서다. 1667년 대지진을 겪고 성 사비오르 성당만 안 무너졌는데, 그것을 보고 시민들이 감격해 우물도 만들고 올드타운을 더욱 아끼게 되었다고 한다.

성당 앞에 오렌지 나무가 있는데 이들의 사랑이 뭔가 느껴져서 따뜻해지는 공간이었다.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들은 대부분 CG로 만들어진 터라 대략적인 위치나 분위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게 많았는데, 서쪽에 있는 선착장은 드라마에서 나온 그대로였기 때문에 소름이 돋았다.


여행에는 휴양이나 관람 등 어떠한 목적이 있다고 믿는다. 목적 없는 여행도 사실은 목적이 없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우습지만 나는 드라마 하나를 여행에 대입했고, 목적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23_4.jpg ▲ 두브로브니크의 명물, 등대와 벤치.
23_5.jpg ▲ 올드타운 입구에서 찍은 노을.


마냥 걸었다.

올드타운은 그리 크지 않았다. 구석구석을 다 돌아봐도 1시간을 채 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마트는 오전 11시에 열어 낮 1시면 문을 닫았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밤은 길었고, 노을은 순식간에 지붕을 더욱 붉게 물들였다. 황홀함을 느끼며 어떻게 이 공간을 즐길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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