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왕좌의 게임

올드타운 성벽 투어

by 양옙히

비로소 목적지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이곳을 위해 나는 그동안 열심히 움직였구나."

아득한 수평선을 보며 성취감을 느낀다.

주변을 돌아보며 애틋함을 느낀다.

그리고 나를 돌이켜보며 자신감을 느낀다.






두브로브니크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사실 크게 할 것도 없는 굉장히 조용한 동네지만 그 안에서도 작은 재미가 있는데, 바로 올드타운 성벽 위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성벽 투어다.

성 사비오르 성당 앞에서 한 아저씨가 카드 리더기를 들고 멀뚱멀뚱 서있다.

그 아저씨에게 국제학생증을 보여주며 성벽을 가리키면, 할인된 가격으로 성벽을 오를 수 있는 티켓을 준다.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오르면, 일방통행으로 성벽을 따라 걸을 수 있다.

도시마다 색이 있다.

내가 기억하는 두브로브니크의 색은 파란색도, 보라색도 아닌, 쨍한 주황색이다.

지붕이 그랬다.

25_2.jpg ▲ 성벽 투어 중 찍은 사진.
25_3.jpg ▲ 올드타운 입구에서 동쪽으로 걸으면 현대식 주택단지가 나온다.


주황색 지붕들은 해를 받으면 더욱 붉어졌다. 그 붉어짐이 좋았다.

고요하지만,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강렬한 색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긍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래, 드라마 때문에 왔지만 사실 이 공간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므로 많이 걷는다. 발로 기억하는 도시는 눈으로 기억하는 것과 다른 흔적을 남긴다.

목적지 없이 올드타운의 반대 방향으로 한참을 걷다가, 절벽이 나와서야 되돌아 갔다.

이번에는 다른 반대 방향으로 한참을 걷다가 큰 도로가 나오자 되돌아 갔다.

그렇게 두브로브니크를 기억한다.



25_4.jpg ▲ 등대에서 찍은 장노출 사진.
25_5.jpg ▲ 아무도 없는 올드타운에서 숙소 사람들과 찍은 사진.


올드타운 입구에서 보이던 등대에는 해가 지자 사람이 없었다. 작은 가로등 밖에 없는 작은 공간은 숙소 사람들과 즐기는 비밀 아지트가 되었다.

벤치에 아무렇지 않게 누워 쏟아질 것 같이 많던 별을 봤다. 한국에서는 이런 별을 볼 수 없다며, 그리고 언제 바닷가에 누워서 별을 보겠냐며 한참을 보다가 조용해진 올드타운을 지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비로소 목적지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이곳을 위해 나는 그동안 열심히 움직였구나."

아득한 수평선을 보며 성취감을 느낀다.

주변을 돌아보며 애틋함을 느낀다.

그리고 나를 돌이켜보며 자신감을 느낀다.


조금은 그리워졌던 한국이 다시 멀어진다.

정해뒀던 여행의 하이라이트, 목적지에 다다르자 새로운 목적지를 찾기 시작했다.

나의 여행은 이제 후반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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