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에서 모집을 해 열었던 나의 첫 유료 성인 그림책 테라피 수업의 이름은 ‘나찾사: 나를 찾는 사람들’이었다. 나의 삶은 성인이 된 순간부터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는 시간들이었다. 그냥 내가 나면 되는데, 왜 이렇게 힘겹게 찾아 헤매야 할까? 살아가며 머리를 쥐어뜯게 될 때마다 이런 고민들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렇게 파도 파도 새로운 내가 나오는 것이 재미있다. 그 배경에는 이제 나를 찾을 수 있다고, 나의 삶을 내가 주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까지의 긴 여정이 깔려있다. 뒤에 나올 부분들은 지독히도 우울하지만 그런 시간을 견뎌낸 나는 꽤 마음에 든달까. 마음에 든다고 쓰고 있는 순간에도 눈을 계속 비벼대고 있는 건 좀 이상하지. 슬프지 않은데, 눈이 자꾸 따갑다. 눈에서 땀이 나는 게 이런 기분인가 봐.
내가 없던 시절을 지나, 내가 누구인지 끝도 없는 터널을 지나며 찾고 나니, 이걸 이렇게까지 힘겹게 찾아야만 하는 나의 삶이 참 슬펐다. 그런데 결국 이 마음도 지나가더라? 터널 속의 허우적대던 나, 터널을 막 빠져나온 시니컬한 나를 스쳐 지나간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아마도 정말 우울하고, 미숙하고,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는 기분 나쁜 여자애... 였을 수도 있겠지. 그럼에도 삶의 굽이굽이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온 것만으로도, 그리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연결되는 오랜 인연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면 꽤 인복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토록 부족한 나 또한, 좋은 자원이 많은 사람이다. 좋다와 나쁘다는 들여다볼수록 붙어있는 동전의 양면 같다. 나는 특히 나 스스로에게 기준이 높아서 힘들 때도 있지만 끝없이 발전하는 사람이다. 어느 날 상담샘과 이야기하며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 내가 끝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일하고 하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건전한 방식의 자학일지도 모르겠다고. 세상 모든 일을 결과로만 판단하지 말고, 그 사연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은 이유도 이런 맥락인가 보다. N잡을 마구 펼치며 종횡무진 열심히 사는 모습의 이면에는 자기 계발, 성장과 동시에 자기 파괴적인 이면도 있다니. 정말 삶이란 신비롭다.
그렇다. 나는 나를 찾는 사람들의 선봉이다. 나를 어떻게 찾냐고? 나는 물론 그림책이 무기. 그림책에 비추어 나의 살아온 삶과, 현재 위치,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살펴본다. 그렇게 되기까지 혼자 그림책을 열심히 본 시간이 10년, 그 기간 동안 내가 느낀 것은 그림책으로는 모든 주제를 다룰 수 있다! 그리고 그림책을 통해 나의 문제를 바라보면 확실히 안전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렇게 얻은 통찰을 나의 현실에 대입한다면 나의 삶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우선은 나와 함께 경험했다. 내담자에서 상처받은 치유자로 나를 성장시킨 시간들, 성장을 넘어서 치유의 이 시간들은 때로는 너무 처절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젊은 시절은,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로 버텼고, 나이가 들고 나니 고생 끝에 낙이 오더라... 힘든 시간은, 내 삶의 빌런은 반드시 나를 성장시킨다!라는 경험으로 버텼다. 이런 시간을 지나온 나, 그리고 나를 찾고 싶어 나의 프로그램을 찾아왔던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엄마들에게 이 그림책을 선물하고 싶다.
이 그림책은 단순하다. 아주 행복한 곰이 있는데 아침마다 이 곰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하늘을 바라본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곰은 수레를 하나 줍고부터는 하루 종일 빈 수레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 종일 수레를 끌고 다니며 물건을 주워 담아 작은 수레는 곧 가득 차지만 곰은 만족스럽지 않다. 곰은 허리를 펼 시간이 없어 더 이상 하늘을 보지 않는다. 구부정한 허리로 바닥만 보고 다니는 곰은 힘들어 보이지. 결국 수레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지만 곰은 그 사실도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주울 물건을 찾고 있다. 그에게는 더 이상 자연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조심해! 나무가 쓰러져! " 종달새의 외침에 곰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수레를 팽개치고 피한다. 곰은 그제야 텅 빈 수레, 하늘과 나무, 종달새를 바라본다. 오랜만에 보는 하늘, 곰은 다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종달새에게 감사 인사를 한다. 수레를 버리고 종달새의 노래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 곰은 행복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자꾸 잊게 된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처럼 아이가 수레고 그 수레를 놓으면 행복할 거라는 말은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수레를 끌면서도 너무 수레만 바라보지 않고 세상을, 나무를,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건강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그림책이 나에게 던져 준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못하고 있나?
내가 지금 시간을 쏟고 있는 일은 정말 그렇게 온 신경을 쏟아야 하는 것이 맞나?
그 일 때문에 내가 놓치고 있는 보다 본질적인 지점은 없나?
이런 고민들, 귀찮고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은 분명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아주 많은 삶의 문제들이 내가 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것에서 시작되기에 함께 하는 분들의 여정을 발맞추어 걸으며 위험을 알려주는, 그리고 중요한 걸 깨닫게 도와주는 종달새이고 싶다.
여러분의 삶은 지금 괜찮으신가요?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행복감에 충만했던 것은 언제인가요? 내려놓으면 자유로워질 생각, 마음, 일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