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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 Sep 28. 2023

내가 안 가져갔어요!!

‘거짓말’ by 미안

우선, 나는 팩트가 중요한 사람이다. 지금도 아닌 걸 맞다고 하고 맞는 걸 아니라 할 바엔 칼을 맞겠다는 타입? 내가 좀 더 유연하고 사회생활을 잘하는 타입이었다면 상황은 좀 나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들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주 오랫동안 는 원인을 쪽에서 찾으려고 노력했다. 나의 아픔을 다른 사람이 준 거라면 너무 아프고 억울하니까. 그것이 내 문제였다면 그냥 군말 없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어쨌거나 학창 시절의 나를 돌아보면 따돌림보다는 친구 의존도가 문제였을 아이였다. 어렵게 찾아낸 나의 유년기 햇빛 아이도 다 가족보다는 친구들과였으니. 가족이 채워주지 못한 정서적인 교류를 친구들과 부둥부둥 채워주며 지냈던 것 같다. 앞에 말한 유학 다녀온 친구 때문에 힘들었던 중2를 보내고 선물처럼 중3은 정말 내 편인 친한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되어서 정말 오래간만에 즐겁게 지내던 나날이었다. 그날도 준비물 사러 나갔다가 친구랑 좀 놀고 들어오는데 할머니가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거실로 불렀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돈을 내놓으라고 하셨다. 무슨 돈인지 묻자 할머니 돈 8만 원이 없어졌는데 언니랑 동생은 가져갔을 리가 없고 네가 맨날 밖으로 나도니까 놀려면 돈이 필요하지 않냐며 내놓으라고 했다,

놀려면 몇백 원이라도 돈이 필요한 건 맞지. 우리 집은 용돈이란 게 없었다. 차비도 마을버스비 ×등교일 계산해서 주신? 그래서 중3이 되고 차비를 아껴서 놀려고 친구랑 학교를 걸어 다녔다, 1시간 친구와 같이 걸어 다니는 것이 재미도 있고 하굣길엔 중간에 열쇠가게에서 아파트 문 열쇠 구멍 위에 스티커 붙이는 알바도 하고... 놀기 위해 나름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었다. 어차피 엄마는 성적 말고는 관심이 없었으니 시험만 그럭저럭 잘 보면 됐고, 초등학교 때 안 놀고 집에 오나 복도에 나와 감시하던 할머니도 버스를 타고(지금 찾아보니 마을버스 15 정류장) 다니는 학교까지는 통제를 못하셔서 약간의 자유를 누리던 때이긴 했다. 그렇게 하필 나는 또 8만 원쯤 되는 돈을 모았던 참이었다.


내가 아니라고 해도 내놓으라고, 너무 억울해서 울어도 연기하지 말라고....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자존감이 낮던 나는 내 돈을 할머니에게 내놓고 말았고 그렇게 도둑 누명까지 쓰게 된 저는 억울해서 내가 안 가져갔다고 유서를 쓰고 칼로 손목을 그어보려 했는데 피를 보기는커녕 하얗게 자국만 남아도 너무 아프고.. 너무 무섭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번에도 '내가 죽으면 미안해하겠지'.. 라 생각했을 때 아닐 것 같았다. 그렇다면 죽어봐야 나만 손해 아닌가... 싶어 그렇게 그냥 하염없이 억울해서 방에 앉아 울기만 했던 것 같은데 엄마는 나의 유서와 칼을 보시고도 이 사건을 외면하셨다. 엄마에게 본인의 시어머니는 어떤 존재였을까?

더 어린 시절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할 때 엄마가 자주 틀어줬던 이야기 테이프가 있다. 옛날이야기인데 하나같이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애를 녹여서 만든 종이라 에밀레~ 소리가 나고, 귀신을 쫓는 사람에게 귀신이 복수하려고 바람이 불게 해서 사형 집행 깃발을 잘못 나부끼게 하고.... 뭐 그런 류의?

그중에서도 지금 이 이야기를 풀며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는 다시 낳으면 되는데 시부모님은 돌아가시면 다시없는 하나뿐인 부모니까 자식을 약으로 드릴 결심을 하는...

'효'가 뭐길래?


그래서일까? 꿈을 자주 안 꾸는(혹은 거의 기억을 못 하는) 대신 한 번씩 굉장히 직관적인 꿈을 꾸는데, 내가 보물을 가지고 있고 친척들이 칼을 들고 그 보물을 빼앗으려고 오고 있었고, 유리문 밖으로 엄마가 콧노래를 부르며 식탁을 차리고 있었다. "엄마!!"하고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엄마는 그렇게 계속 웃는 얼굴로 의 비명을 듣지 못한다.


에게 엄마는 이런 존재였나 보다. 나에게 직접 상처를 주신 것도 있지만(말과 체벌... 우리 세대는 일단 많이 맞았지) 약자를 희생시켜 가정이 굴러가도록 방관한 사람. 그리고 나에게 기꺼이 그 희생을 감내하기를 바라시고, 지금도 내가 불만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 그런데, 본인의 삶 또한 희생으로 가득 채우고 그것이 옳은 가치라고 믿고 사시는 분. 그래서 짜증 나지만 마냥 미워하기에는 짠한...


이런 묵직한 마음들을 떠올리다 보니 꽤나 충격적으로 보았던 미안 작가님의 ‘거짓말’이라는 그림책을 소개하고 싶다.

이 그림책은 줄거리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조금 막막한데, 그런 만큼 꼭 그림책을 직접 으면 좋겠다. 주인공인 검은 까마귀, 그리고 토끼 태경이, 너구리 규리는 집에 함께 가고 있었다. 태경이는 규리의 발을 걸어보라고 나에게 몰래 시키고, 나는 싫다고 거절한다. 그리고 과정이 나오지 않고 규리는 심하게 넘어진다. 태경이는 내가 했다고 하고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규리 엄마의 전화를 받은 우리 엄마도 나를 크게 혼내고, 아빠도 잘못에 거짓말한 죄까지 붙여 저를 혼낸다. 결국 규리 엄마는 학교까지 찾아와서 나를 혼낸다. 다시 아니라고 말해보지만 더 혼만 나고 엄마를 학교에 모셔가야 하지만 나는 잘못한 게 없어 사과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엄마한테 더 혼나고 속상해서 집을 나오지만 갈 곳은 없다. 나와 잘 지내던 친구들도 나를 외면하고 다른 나쁜 일들에도 내가 지목당해 자꾸만 불려 다. 그래서 어느 조회 시간, 숨을 쉬고 싶은 나는 규리의 발을 내가 걸어 넘어 뜨렸다고, 잘못했다고 말을 다. 선생님은 드디어 용기 내 말해주어 고맙다고 박수를 쳐주고 방과 후 벌청소를 하던 나는 태경이가 앞 친구 가방에서 몰래 뭔가를 꺼내는 것을 다. 눈이 마주친 태경이는 태연히 고개를 돌리고 앞으로 달려간다.


아무도 몰라주는 마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마음. 그날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그래서인가 어느 순간부터 주인공 까마귀를 '나'라고 쓰고 있었다. 뽀글뽀글 깊고 어두운 물속에 가라앉는 기분. 그냥 내가 했다고 또 다른 거짓말을 하는 것 밖에는 돌파구가 안 보이는 숨 막히는 현실.


훗날, 이 사건의 범인은 남동생으로 밝혀지고 결혼까지 하고 문득 생각나 남동생을 추궁하니 기억은 나지 않는다라 하면서도 5만 원은 돌려줬다. 그때도 뭔가 인생의 큰 엉킴을 하나 풀어낸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늘 이렇게 뭔가 애매모호할까? 정확히 에게 사과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 처음 생각해 보는 건데, 내 동생은 내가 할머니께 그런 수모를 당할 때 무슨 생각으로 있었을까? 어떻게 모른 척할 수가 있지? 정말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네. 결국 알게 된 것도 자백이 아니고 그 사이 남동생이 완전히 삐뚤어지며... 아마 미국에 나가고 없는 사이 재범을 했거나 한 거였겠지? 그런 진상조차 제대로 듣지 못한 작은 누나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유산이라도 통 크게 쪼개 주면 좋겠다!


그래도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정말 좋아하는 것이! 인생에서 교환학생을 갈 기회를 두 번 얻었었는데 두 번 다 공교롭게도 할머니 때문에 죽겠다... 싶은 시점에 떠나게 다. 를 부쩍 성장시킨 기회들이긴 했다. 그래도 이제 그만 퉁쳐지고 싶다. 이건 결국 가 노력해서 성장한 것들이기도 하잖아? 몰아졌을 때 할 수 있었던 옳지 않은 선택들도 많았는데 늘 가진 패들 중에는 최고의 것을 뽑고자 노력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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