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는 듯이 추운 어느 겨울날이었어요. 눈이 내리고, 날도 점점 어두워지면서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그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날 저녁이었지요. 엄청난 추위와 어둠 속에서 한 작고 가난한 여자아이가 모자도 없이 맨발로 타박타박 길을 걷고 있었어요. 물론 집을 나설 때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지요.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슬리퍼가 너무 컸거든요. 아이의 엄마가 지금껏 신다 준 슬리퍼는 아이의 발에 너무 컸어요. 75쪽.
하지만 그 작은 여자아이는 집에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성냥도 팔지 못했고, 동전 한 닢도 받지 못했으니까요. 그대로 집에 가면 아버지가 때릴 거예요. 또 집에 가도 춥기는 마찬가지였고요. 집이라고 해봤자 머리 위쪽에 달랑 지붕 하나밖에 없었거든요. 여기저기 엄청나게 크게 갈라진 틈을 짚과 누더기로 아무리 꼭꼭 틀어막아도 바람이 숭숭 들어왔지요. 76쪽.
추운 날씨 탓에 그 작은 여자아이의 작은 두 손은 거의 감각이 없었어요. 아! 성냥 묶음에서 딱 한 개비만 꺼내 벽에 그어 불을 붙이면 손을 녹일 수 있을 텐데! 마침내 그 작은 여자아이는 성냥 한 개비를 꺼내 담벼락에 휙 그었어요. ”칙! “ 소리가 나며 불꽃이 환하게 타올랐어요! 따스하고 밝은 불꽃이었어요. 77쪽.
“누가 죽나 보다!” 그 작은 여자아이가 말했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이 세상에서 그 작은 여자아이에게 잘해 주던 유일한 사람인 할머니가 이런 말을 했었지요. “별이 떨어지면 한 사람의 혼이 하느님에게 올라가는 거란다.” 78쪽.
하지만 그 작은 여자아이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을 봤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할머니와 함께 얼마나 찬란한 빛을 받으며 새해 첫날, 하늘나라에 갔는지를 아는 사람도 물론 없었지요! 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