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87센트. 그것뿐이었다. 게다가 그 가운데 60센트는 1센트짜리 동전이었다. 그것도 건어물 상점이나 채소가게나 푸줏간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구두쇠처럼 에누리해서 사다가 무언의 비난을 받고 얼굴을 붉히면서 한 닢 두 닢 모은 동전이었다. 델러는 그것을 세 번이나 다시 세었다. 1달러 87센트. 내일이 벌써 크리스마스이다. 18쪽.
그러나 작고 초라한 소파에 엎드려 엉엉 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델러는 울었다. 그렇게 우는 동안에 인생이란 ‘흐느낌’과 ‘훌쩍임’과 ‘미소’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고, 특히 ‘훌쩍이는 울음’이 가장 많다고 깨닫게 되었다. 흐느끼며 울던 이 집 주부는 차츰 훌쩍이는 울음의 단계로 넘어가면서 방 안을 휙 둘러보았다. 18쪽.
제임스 딜링검 영 부부가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둘이 있었다. 하나는, 전에는 할아버지 것이기도 하고 아버지의 것이기도 했던 짐의 금시계였다. 또 하나는 델러의 긴 머리카락이었다. 20쪽.
짐은 문 안쪽에 멈춰서더니 메추라기 냄새를 맡은 사냥개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델러를 주시한 채 서 있었다. 그의 눈에는 델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것이 그녀를 무섭게 했다. 그것은 분노도, 놀라움도, 비난도 공포도 아닐 뿐 아니라 델러가 각오하고 있던 어떤 감정도 아니었다. 그는 그 기묘한 표정을 짓고 그대로 델러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22쪽.
짐은 아직도 그녀가 자기에게 줄 아름다운 선물을 보지 못했다. 델러는 그것을 그의 눈앞에 가져가더니 손을 펴고 보여 주었다. 희미한 빛을 띤 귀금속은 델러의 뜨거운 열정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때요, 멋지죠, 짐. 거리를 온통 다 뒤져서 찾아 냈어요. 이제부터는 하루에 시간을 백 번도 더 보고 싶을 거예요. 당신 시계 줘 보세요.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보고 싶어요.” 25쪽.
그러나 짐은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누워 팔베개를 하면서 웃었다. “델러” 그는 말했다. “우리가 주고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당분간 잘 간수해 둡시다. 지금 당장 쓰기에는 너무 고급이야. 당신 빗을 사느라 돈이 필요해서 시계를 팔아버렸어. 자, 고기요리를 불에 올려놓아야지.” 25쪽.
다 아는 것처럼 동방의 현자들은 현명한 사람들이었다. 구유 속의 아기에게 선물을 가져왔다. 참으로 현명한 사람들이었다. 그 현자들이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한다는 생각을 해냈던 것이다. 현명한 사람들이었기에 그 선물도 물론 현명한 것이었다. 아마 중복될 경우에는 다른 것과 바꿀 수 있는 특전이 있었을 것이다. 25쪽.
그런데 여기서 나는 자신들의 제일 소중한 보물을 가장 현명하지 못한 방법으로 서로를 위해 희생시킨 아파트에 사는 유치하고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두 사람의 일을 부족하지만 이야기했다. 하지만 끝으로 현대에 사는 현명한 사람들에게 한 마디 말해 두고 싶다. 선물을 하는 어떤 사람들보다도 이 두 사람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사람들이었다고. 선물을 주거나 받는 사람들 중에서 이 두 사람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것이다. 어디에 있든 그들이 바로 ‘현자’이다. 그들이야말로 동방의 현자인 것이다. 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