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아픔은 여전히 진행 중
베트남 전쟁(월남전쟁)은 우리가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이고, 한국군이 참전했던 만큼 이슈가 되었던 일들이다.
그래서인지, 베트남 전쟁이라고 하면, 베트남만이 전쟁의 피해를 가지고 있다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 어쩌면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말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라오스.
베트남과 국경이 닿아있는 라오스는, 미국과 베트남의 전쟁 당시 베트콩의 이동경로를 막기 위해 라오스에 수없이 많은 폭탄을 투하했다고 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라오스 주민이 받았다.
1964년부터 약 10년 동안 미국은 2백만 톤 이상의 폭탄을 라오스에 투하했다고 하니, 이 양은 2차 세계대전 동안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에 투하한 폭탄과 맞먹는 양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미국과 국제단체 등 불발탄 제거와 피해자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진행형이다.
매년 라오스 곳곳에서는 불발탄이 발견되고, 간혹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 최근 2021년 1월에도 후아판 지역에서 UXO를 통해서 불발탄이 발견되었다.
재활센터 입구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넓은 실내 강당이었다. 일본에서 지원해 준 것인지, 일본과 라오스 정부의 표시판이 있었고, 방문할 당시 주말이었기 때문인지, 장애인을 위한 실내강당에서는 농구를 하는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 멀지 않은 곳에 휠체어 작업장과 COPE 방문센터가 보였다.
휠체어 작업장에서 보듯, 장애인을 위한 것인지 Sliding path가 되어 있다. 안전바와 오르막길 등 이런 작은 것 하나하나가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네 사회는 이것을 '배려'라는 표현을 많이 쓰기도 한다. '당연한' 일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나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수시로 느끼고 있다.
COPE센터 안으로 들어가자, 관리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COVID-19 때문인지 방문객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방문객이 왔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혼자서 센터를 둘러본다.
굳이 많은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조형물들과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이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수없이 많은 인공 다리들은 다소 잔혹한 현장 사진들, 폭탄들과 더불어 더욱 참담한 현실을 생각하게 했다. 어쩌면, 이런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라오스 인들이 어떻게 그렇게 맑은 미소를 보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나라면 상상조차 못 할 고통에 미소가 지어지지 않을 텐데 말이다.
라오스에 오면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말한다. 라오스인들 너무 맑고 좋다며, 부족함 속에서도 밝은 미소가 너무 보기 좋다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대부분의 지역은 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인 라오스의 중앙 및 북쪽 지역이다. 요즈음에는 남부의 팍세지역도 여행을 많이 가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단체관광객은 기분 좋은 경험만을 가지고 돌아간다. 짧은 기간 동안의 여행에서 라오스의 어려운 부분들을 다 알기는 어렵다. 낙후된 라오스 시골지역의 더 어려운 부분까지 관심이 닿기는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다.
그래도, 최근 들어 비엔티안을 방문하는 많은 여행객들이 COPE 센터를 찾아 라오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긍정적인 부분이다.
불발탄이 발견되는 지역과 희생자는 수도 비엔티안이 아닌, 낙후된 지역의 농민과 아이들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않는다면 쉽게 들을 수는 없는 듯하다.
모든 것을 다 알고, 다 도울 순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라오스에서 일어난 비극과 그로 인해 고통받은 주민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가 되었으면 한다.
COPE, 여행자 거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라오스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곳.
언제 끝날지 모를 아픔의 끝,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인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