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아니라고 할 거예요. Big 빚이 터지기 전까진.
전체 성인인구 가운데 도박중독으로 추정되는 수는 약 237만 명 이상, 전체의 5.5%에 달할 만큼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중독자의 가족을 두 명으로만 계산해 보아도 약 5백만,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한다. 배우자 혹은 자녀, 형제자매의 도박중독으로 고통을 겪는 가족의 수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청소년 도박중독까지 포함한다면야, 이는 결코 소수만의 일이 아니다. 애석하게도 어쩌다 보니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도박의 ‘도’자도 모르는 내 눈에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하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이렇게까지 빚을 지고 돈문제를 일으킬 수 있나? 사업을 한다고 해서? 시기를 달리해서 세 번 정도 그에게 물어봤다. 혹시 도박을 한 게 아니냐고. 도박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계속 빚을 질 수 있느냐고. 도박에 대해선 시치미를 뚝 떼는 그에게 그럼 여자를 만나서 돈을 다 써버린 거냐고 되물었다. 도박과 바람이 아니고서는 외박과 동급의 늦은 귀가와 빚이 설명되지 않았으니까. 그는 끝까지 뭐든 아니라고 잡아뗐고 나는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의 주리를 틀 수는 없지 않은가.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가족 분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계속 빚을 지고, 투자명목으로 돈이나 대출을 요구하고, 사기나 사업으로 돈을 잃고 변제를 요구하고, 빚 때문에 죽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가족을 두신 분들이. 대부분의 평범한 가족들은 나처럼 거짓말에 속아서 그들을 돕기 위해 돈을 내어줄 것이다. 상대가 도박을 하는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한 채로, 현재와 미래를 위해 아껴두었던 소중한 돈을 중독자의 쾌락이 저지른 과거의 빚을 갚기 위해. 본인이 오픈하지 않는 이상,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 도박중독을 알아채기란 정말 쉽지가 않다. 알코올중독이라면 술냄새라도 날 텐데 말이다. 그러나 분명 상대는 전과 달리 비상식적으로 행동할 것이며, 우리는 이에 의혹을 품고 상대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모드로 바뀐다. 그렇게 그들을 관찰(?) 하다 보면, ‘혹시 도박이 아닐까?’ 하는 의혹이 드는 순간이 온다. 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다.
그들의 자백(?) 그러니까 시인을 받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스스로가 고백하지 않는 이상 상대를 자극해서 억지로 답을 얻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만의 하나 도박을 시인했다고 해도 단순히 ‘도박을 하지 말라’는 말로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 이때는 오히려 한발 물러서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낫겠다.
가족의 도박중독을 의심하는 분들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을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한다. 1336번으로 전화를 하면 전문 상담사 분과 상담이 가능하며, 혹여 통화가 꺼려지시는 분들은 해당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상담하는 것도 가능하다. 상담을 하다 보면 해당 가족의 상태에 대한 판단이 설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그랬다. 만약 그 과정에서 해당 가족의 오픈(빚 문제 등으로 도박을 고백)이 있다면, 중독전문병원이나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서 함께 상담을 받으시면 좋을 것 같다.
해당 가족은 자신이 도박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만은 그 가족이 도박중독이라는 질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고가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해당 가족과 우리는 그간의 믿음으로 성립된 관계였겠지만, 지금부터는 그가 하는 말을 믿지 않으시길 권한다. 도박에 빠진 그들은 과거의 내가 알던 상대방이 아니라는 슬픈 사실을 받아들이셨으면 한다. 물론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야지만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우리가 바로 서있어야 그들을 정서적으로 도울 수 있다. 단, 금전적 도움만은 절대 금물이다.
부디 본인과 해당 가족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시는 동시에, 가장 중요한 본인과 재산을 잘 지켜내시길 바란다. 그들이 도박에 빠진 이유를 본인에게서 찾지 말고, 절대로 대리변제를 해주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시고 스스로를 잘 지켜내셔서 가족의 위기를 잘 헤쳐나가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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