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퍼플슈룹 Oct 13. 2024

노 키즈 존

공존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다 보면 외부활동 갈 일이 많다. 외부활동을 나가기 위해서 차량이 반드시 필요한데, 다행스럽게도 지역아동센터는 기업후원으로 차량을 지원받을 수 있다. 모든 기관이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차량이 없었던 터라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나는 아이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좋아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장점이 많다. 지하철 노선도를 볼 줄 알게 되고, 빠른 환승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버스를 자주 타면 목적지에 따라 버스 정류장이 달라지는 걸 알기 때문에 주변을 관찰하고 집중하게 된다. 어른들은 모두 아는 내용이지만, 초등학생들에게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알려줘야 한다.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지만, 중요한 교육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지도했다.


그런데 딱 하나 단점이 있다.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20명 가까이 움직이다 보니, 언제나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혼잡한 버스, 지하철을 탈 경우 아이가 넘어지거나 떨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더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래서 외출 전 안전교육을 반드시 한다. 늘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더 강조해서 진행한다.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목적도 있다. 아무리 철저하게 교육하고 준비했다고 해도 아이들은 언제 배웠냐는 듯 금방 잊는다. 경험이 많은 나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지만, 갑자기 생기는 돌발 상황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나들이를 가기 위해 20명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날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에게 차례차례 버스타기, 버스에 사람이 많을 수 있으니 손잡이 꼭 잡고 서 있기, 카드 태그 방법 등 같은 얘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물론 출발하기 전 센터에서 충분히 교육하고 나왔지만, 못 미더운 마음에 내 말은 길어졌다. 드디어 기다리던 버스가 왔다. 아이들은 천천히 버스를 탔다. 그러나 인원이 많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종사자 2명이 18명의 아이들을 지도하며 버스를 타고 있었는데, 버스 안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어이! 거 참 빨리빨리 타. 하루 종일 탈거야?”


버스 밖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던 나는, 내용은 못 듣고 큰 소리가 들려서 더 서두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버스를 타고 아이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는데, 버스 기사님이 아이들을 향해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하는 걸 들었다.


“거 참, 빨리 타!”


어린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는 버스 기사라니?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아이들이 어려서 버스 타는 게 늦을 수 있고, 그걸 이해 못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우리 애들이 뭘 잘못했다고 화를 내는 거예요!” 버스 기사는 사과 한마디 없이 귀찮다는 듯 안으로 빨리 들어가라고 손목을 까딱까딱 했다. 무례한 태도에 더 따지고 싶었지만, 버스에 사람이 많아서 더 대등하지 않았다. 그제야 우리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놀라 잔뜩 움츠린 모습이었다. 그 옆으로 다가가 “내가 옆에 있으니까 괜찮아.” 말하며 꼭 안아줬다. 이런 일들이 자꾸 반복되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잘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바로 잡을 필요가 있어서 하차 후 안전한 곳에서 아이들에게 상황을 공유했다.


아이들이 버스를 타면 “야, 무슨 애들이 저렇게 많이 타냐? 시끄러워서 조용히 가긴 글렀어.”라고 수군대는 어른이 더러 있다. 그러나 자리를 양보해 주며 따듯하게 말 걸어 주는 어른이 더 많다. 많은 아이들이 식당에 들어갈 때 눈살을 찌푸리는 어른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이 밥을 잘 먹는다고, 음식을 푸짐하게 더 내어주는 넉넉한 어른도 있다. 아무리 세상이 퍽퍽하다고 해도 아이들을 귀하게 생각하는 좋은 어른이 더 많다. 불행하게도 좋은 것보다 나쁜 걸 더 오래 기억한다. 어릴 때부터 충분한 보살핌과 긍정적 지지와 보호를 받고 자란 아이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더불어 타인을 존중하며 귀하게 여긴다. 우리는 아이들이 이런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지 않는가?


노키즈존으로 아이들의 존재를 불편하다고 말하기 이전에 나는 어떤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지, 내 아이만 잘 키우려고 하는 이기심을 품고 사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라야 내 아이가 안전하게 살 수 있다. 부디 어른들의 불편한 말과 시선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받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   


이전 02화 그래, 그것도 좋은 경험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