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외박을 하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by 다정한

육아를 하면서 아이를 양가에 잘 맡기지 않았다. 연로하시기도 했고, 아이는 부모가 키우는 것이라 생각했다. 엄마는 "아이가 닳아?"라고 하시며 나무라시기까지. 한편, 너무 요령 없이 키우는 것이 아닌가? 하루 이틀 맡기고 부부가 영화관 데이트라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기도 했다. 그렇게 온몸으로 키운 아이가 열 살이 되었다.


교회 여름 수련회가 1박 2일이라는 소식을 듣고 마음 깊은 곳에서 행복이 밀려왔다. 이런 행복은 뭐지? 열 살이 되니 집을 떠나도 혼자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부모 동행 여부가 있어서 아들에게 물었다.

"엄마 따라갈까?"

"나 혼자 갈 수 있어."

아이도 혼자를 원하는 것 같아 내심 놀랐다.


뭘 할까? 남편과의 데이트를 꿈꾸었지만 현실은 보고서 작성이었다. 아이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마셨다. 그리고 신나게 대청소를 했다. 집을 치우고 나면 순식간에 어질러졌는데 1박 2일 동안 한결같이 깨끗했다.

"여보, 아들이 보고 싶어."

"곧 이런 날이 올 텐데 그때는 어쩌려고."


남편은 도서관을 제안했다. 맨날 도서관이다. 근사한 밥도 먹고 싶은데 뭐야. 그렇게 나는 브런치 카페를 제안했고, 우리는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시켜놓고 각자 일을 했다. 남편은 강의를 듣고, 나는 보고서를 썼다. 참 별거 없다. 저녁 즈음 집으로 왔는데 그다음은 기억나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이었다.


다음 날, 아들을 만나는 날이다. 꼬옥 안아주었다. 배가 고프다 하여 뭘 먹을까 하다가 갑자기 내리는 비에 결국 집으로 왔다. 아들이 며칠 전에 골든벨을 울려 4만 원 배민 상품권을 받았더랬다. 그것으로 짜장과 짬뽕, 탕수육을 시켜 도란도란 먹었다. 네 덕분이라며 아들을 치켜세웠다.


오늘은 무려 4박 5일 일정으로 떠난다. 편도 4시간이나 되는 강원도 횡성으로 간다. 어와나 프로그램에서 실시하는 전국 영어캠프이다.

"너 엄마 보고 싶지 않을까?"

"괜찮아, 사진 보면 되지."

그 한마디에 온라인으로 사진첩을 만들었다. 20페이지 정도의 작은 책이 될 줄 알았는데 두껍고 무거웠다. 차마 아이의 가방에 넣어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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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마음이 쓰이는 나와 달리 이렇게나 쿨하다니. 그래서 마음이 더 놓이지만 긴 여정이라 긴장이 된다. 원래 교회 앞에서 8시에 출발이지만 아이는 따로 출발하게 되었다. 4개월 전에 수도권의 큰 병원을 예약했기 때문이다. 밤마다 알레르기가 나서 매우 간지러워했다. 그 원인을 알고 치료받고자 진료를 예약한 것이다. 그나마 아침 일찍 보내지 않고 배웅하게 되어 좋다. 가는 길에 아이들과 선생님들 간식을 챙겨봐야겠다.


남편과 나는 강원도 인근에서 이틀 정도 머물다 올 생각이다. 드디어 둘만의 데이트 인가? 둘이라 좋으면서도 아들 생각이 떠나지 않을 것 같다. 뮤지엄산에 갈 생각인데 벌써 좋은 것을 함께 보지 못해 아쉽다니. 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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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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