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해도, 어떤 재료를 써도 웬만하면 실패하지 않는 요리가 있다. 바로 '카레'다. 감자와 당근을 깍둑썰기로 썰어서 푹푹 끓이다가 카레 가루 넣고 슬슬 저어서 포로록 끓고 나면 끝이다. 예전에는 가루를 덩어리지지 않게 미리 녹여서 넣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끓을 때 대충 넣어서 슬슬 저어도 풀어지니 요린이를 자처하는 내가 하기에도 부담 없이 좋다. 내가 요리를 아주 잘하는 사람인 양 뿌듯하다.
양파를 미리 볶으라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냥 다 때려 넣고 푹푹 끓인다. 그래도 맛있다. 감자, 당근, 양파, 이 세 가지 재료가 카레와 잘 어우러진다. 아참, 예전에 읽었던 『심야식당』이 문득 떠오른다. 거기에 '어제의 카레'라는 메뉴가 나온다. 방금 한 카레도 맛있지만 냉장고에서 하루 지난 '어제의 카레'도 별미다. 생각난 김에 오늘 저녁에는 카레를 잔뜩 해두어야겠다. 내일 아침에 '어제의 카레'를 먹기 위해서.
인도에 가면 사람들은 두 종류로 변신을 한다. 무슨 음식이든 다 맛있다면서 맛있게 먹다가 점점 몸무게가 불어나는 사람, 그리고 특유의 냄새 때문에 식사를 잘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아무거나 잘 먹어서 괜찮아."라고 하며 자신 있게 갔다가 밥에서도 냄새가 난다며 고개를 젓던 누군가가 생각난다. 특히 "나 카레 좋아해."라는 생각으로 갔다가, '엥?' 당황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인도에 가면 우리가 알고 있는 '카레'는 없다. 중국에 우리가 알고 있는 '짜장면'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분명 인도가 원조이지만 '카레'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볼 수 있는 음식이고, 인도에는 '커리' 하면 떠오르는 한 가지 비주얼이 아니라 규정지을 수 없는 온갖 커리가 존재한다. 그냥 '반찬' 중 하나라고 할까.
'커리'에 대해 나무위키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일본의 카레라이스가 일제강점기때 먼저 들어와 로컬라이징까지 된 한국에선 아예 '카레'가 표준어로 지정되었다. 2010년 7월 한 네티즌이 curry의 호칭이 '카레'가 맞는지 '커리'가 맞는지 국립국어원에 질의하자 국립국어원에서 '카레'가 맞고 '커리'는 틀리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 탓에 정작 원조인 커리는 기존의 '일본식 카레'와 구별하기 위해 '인도 카레'라는 명칭으로 판매되고 있다. 주객전도된 상황. 그래도 시간이 갈수록 제품명이나 방송 등에서는 이 요리를 인도식이라면 커리라고 부르고는 있다. 그나마 조금씩 인식 개선이 되고 있는 부분.
(출처) 나무위키
아마 국립국어원에서 이렇게 답변한 사람도 원칙은 원칙인지라 그렇게 했지만, 조금은 곤혹스러웠지 않을까. '짜장면'이 '자장면'이 되었다가 다시 '짜장면'이 된 것처럼 인도 카레도 당당히 '커리'라고 자리 잡는 때가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의 작가 가라시마 노보루는 1933년 도쿄 출생이다. 그가 처음으로 인도에 유학하러 간 시기가 1961년이고, 마드라스에서 일 년, 우다가만달람에서 이 년을 보냈다고 한다. 1961년부터 2008년 12월 여행에 이르기까지, 각각 3년에 달하는 두 번의 장기 체재를 포함하여 여태까지 총 체제 기간이 8년 정도 된다고 한다. 그동안 인도 각지에서 다양한 카레를 먹었고, 갖가지 경험을 했으니 호기심을 가지고 읽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 책에서 '인도에서 카레라이스를 주문하면'이라는 제목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알아듣고 어떤 음식을 내왔을까 궁금했다. 마드라스 일본총영사관 관원의 에피소드였다. 거기에서 '커리라이스'를 주문했는데, '커드라이스'가 나왔다는 것이다. 즉 '요거트밥'을 먹어야 했던 것이다. 그에 대한 설명을 보자면 카레 페이스트는 일본의 '간장'처럼 맛을 내기 위한 기본적인 종합 조미료인 것이니, 레스토랑의 종업원들이 카레라이스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도 납득이 간다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직접 주문해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 그렇게 하더라도 반응은 같았으리라 생각된다.
오늘은 외출하고 들어오며 잊지 말고 카레를 사 와야겠다. 요즘은 그래도 인도 카레도 판매하지만, 인도에서도 그리웠던 '카레', 인도에는 없는 그 '카레'를 실컷 해먹을 수 있으니, 가루와 덩어리, 순한맛과 매운맛 골고루 사가지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