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고도 슬픈 노래
처음 들으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화려한 편곡도, 드라마 같은 전개도 없다.
하지만 몇 번이고 듣다 보면,
가슴을 조용히 눌러오는 감정이 있다.
기타와 오르간, 그리고 두 사람의 절제된 보컬.
이 곡은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끝난다.
그 절제 덕분에 감정이 더 짙게 전해진다.
마치 애써 참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두 사람의 화음도 눈에 띄진 않는다.
하지만 묘하게 하나로 섞여 흐르며,
혼잣말 같고 속삭임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이별을 말하지 않아도, 이 노래에선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마음이 느껴진다.
1960년대 후반, '커피 한 잔'으로 이름을 알린 펄 시스터즈는
당대 여성 듀오로선 드물게
자신들만의 감정선과 음색을 가진 팀이었다.
그리고 이 곡 ‘떠나야 할 사람’은
그들의 대표곡은 아니었지만,
가장 조용하게 오래 남은 노래다.
템포는 느리고, 악기 구성은 단순하다.
하지만 그 안에 이별의 정적과 여운이 담겨 있다.
끝났다는 사실을 아프게 말하기보다는,
조용히 받아들이는 방식의 노래다.
이 노래의 작곡가는 신중현.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꾼 이름이다.
'한국 록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60년대 후반, 한국 음악계는 트로트 중심의 감성과 일본식 정서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 틀을 가장 먼저 깨뜨린 사람이 바로 신중현이다.
서구적인 록 사운드를 한국말 가사에 담아냈고,
그것이 낯설지 않게 들릴 수 있다는 걸 처음 보여준 사람.
펄 시스터즈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한 팀이었다.
그는 단지 곡을 써준 작곡가가 아니라,
그들의 음악 색깔을 처음부터 함께 설계한 창작 파트너였다.
‘떠나야 할 사람’은 그 중에서도 유독 절제된 감정을 담은 곡이다.
거친 기타도, 폭발하는 보컬도 없다.
그저 조용하게 감정을 눌러 담은 편곡.
목소리 뒤에 숨어 있는 울림.
그런 식의 슬픔을, 신중현은 알고 있었다.
‘떠나야 할 사람’은
마음을 크게 흔들지 않고,
조용히 오래 남는다.
그리고 어떤 이별은,
그게 더 아프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