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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쓰기를 위한 스트레칭

by 이지영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태어나서 글이라곤 써본 적도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을 위한 도움말이다. 요즘은 시대가 변해 글 쓰고 출간하는 사람도 많다. 안타까운 것은 정작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 글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삶의 주도권을 되살리는 경험을 자신이 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버린다. "글쓰기를 하라고? 나는 이미 틀렸어. 관심 있는 너희들끼리나 해." 같은 입장을 취한다. 한가하게 앉아 글쓰기를 하느니, 눈앞에 있는 일상의 일들을 해치우기 바쁜 것이다.


그들은 나의 가족, 친구일 수도 있다. 글쓰기를 하지 않는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을 떠올려보자. 그들은 어쩌면 마음의 상처가 곪을 대로 곪은 데다, 커진 맷집 혹은 굳은살이 자신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언제까지 보호막이 될 수 있을까? 당장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지 않을 뿐, 여전히 내 마음은 건드려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입사 지원 시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에 자신에 대한 정보나 메시지를 몇 줄 끄적여 본 경험, 학창 시절 억지로 쓰던 일기라도 떠올려보자. 하다못해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메모할 때, 더 이상 기록할 것이 없는 시점에서는 대화 내용과는 아무 상관없는 네모나 동그라미, 단어나 이름 같은 것을 끄적여 본 경험이라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내가 잘 쓰든 못 쓰든, 글을 쓰던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줄 것이다.


이제는 그때보다도 더욱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나는 더 많은 경험을 했다. 당연히 그에 따라 그동안 많은 생각을 하고 말로 표현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나보다 훨씬 더 잘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글쓰기는 멋지게 쓰는 것보다, 나답게 솔직하게 쓰는 것이 첫 번째다. 진심이 없으면 전해지지 않는다.


솔직하게 쓰는 것을 사람들은 어려워한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일종의 가면을 쓴다. 조금 인간적으로 보일지라도, 어느 정도는 착한 자녀, 현명한 부모, 성실하고 유능한 직원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하게 터놓는 것보다 자신의 속마음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 것에 익숙하다.


나에게 솔직해지기 위해, 몇 가지 운동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것은 내 몸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글쓰기에 사용될 영혼과 손이 움직이는 것이다. 내 생각과 아이디어에 좀 더 빠르고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으며, 이것에 익숙해지면 이런 운동도 가뿐히 생략해 버리고 바로 본격적인 글쓰기에 돌입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운동할 때, 숨쉬기 운동과 스트레칭을 생략하는 것처럼.


다시 말해, 이 운동은 숨쉬기 운동이나 스트레칭만큼 간편하다는 뜻도 된다.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귀찮고 하찮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도 가끔은 이런 운동으로 자신을 보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지치지 않고 글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주도적으로 일상을 살아가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제안하는 운동 중 가장 첫 번째는, 손으로 직접 아무 말이나 쓰는 것이다. 먹고 싶은 메뉴, 오늘 할 일, 아니면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단어를 해시태그처럼 쓰는 것도 좋다. 내 일상과 마음에 뭐가 있는지, '노크'를 해보는 것이다. 이때 꼭 해봐야 할 일은 단어를 단순히 나열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문장으로 완성해 보는 것이다.


두 번째 운동은 '인사'다. 처음 만나면 우리는 무슨 말부터 하는가? 그렇다. 바로 '안녕하세요?'다. 내 일상은, 내 마음은 안녕한가? 괜히 이런 질문에도 대답이 꺼려진다면, 오늘은 안녕한가? 이것도 부담스럽다면, 지금 이 순간 안녕한가? 어쨌든, '나'에게 안부를 건네보자. 지금 내 기분은 어떠한가?


이것조차도 대답을 말과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안심하라. 마음을 색으로 표현해 보는 방법도 있다. 아무리 글 안 쓰는 사람이라도, 매일 입을 옷과 가방 등은 스스로 정한다. 무채색으로 무장하고 사는 사람이라 해도 선호하는 색은 있게 마련이다. 색깔에 호불호가 일어나는 이유는, 그 색이 내가 지향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 말은, 무채색 일상을 사는 사람일지라도 색에 대한 느낌은 있다는 것이다. '무드미터'는 그런 기분을 반영한 색상표다. 그러니 표현은 하고 싶은데 아직도 글쓰기가 어색하다면 색을 골라보자. 무드미터를 참고해도 좋다.


제안하는 운동 세 번째는, 안부 인사에 대답하는 '나'를 인정하는 것이다. 어떤 색을 골랐든, 기분이 어떻든 '그럴 수도 있지!'하고 공감의 손을 내밀어라. 그러면 오늘의 기분, '내 마음이 안녕한가'에 대해 안녕하면 안녕 한대로, 안녕하지 못하면 또 그것대로 이유가 떠오를 것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그 이유를 찾는다. 퍼즐을 맞추듯, 지적 호기심이 알아서 작용할 것이다. 이유가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언젠가는 떠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이 운동을 하길 바란다. 우리는 글쓰기를 위해 어떤 근육을 써야 하는 지를 찾는 중이다.


어떤 운동을 할 때는 무엇보다도 자세가 중요하다. 우리가 글쓰기를 위해 이 활동을 하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누구도 나를 방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느낌,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든 그것이 온전히 자유로워야 한다. 내 머릿속에 타인을 의식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무시하고 써야 한다. 내가 의식하는 것이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이런 걸 써도 되나?', '내가 이렇게 속이 시커먼 애였어?'하고 불쑥 튀어나와 나를 가르치려 들 수도 있다. 당연히, 애써 지워버려야 한다. 자세에는 교정이 필요하듯 머릿속의 '방해꾼'을 지우는 일은 훈련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거침없이 잘 되는 상태가 되면 당신은 비로소 솔직하게, 나답게 글을 쓸 준비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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