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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Mar 30. 2023

내 소설 탐방기

얼굴이 사라진 남자 


내가 브런치에 처음 올린 소설은 <얼굴이 사라진 남자>이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소설을 올릴 생각은 없었다. 그 보다 나의 일기를 들추며 쓰는 에세이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창문을 열며 세차게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무언 가를 쓰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바람을 타고 들어온 상상은 계속 진화하면서, 나를 간지럽혔다. 


소설가도 아닌 내가 무슨... 누가 읽기는 하겠어?


그렇지만, 누가 읽든 읽지 않든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나에게 소설을 쓰면서 하는 상상이 너무 재미있었다. 내 눈앞에 선명히 그려지는 이야기 속 장면들. 나는 내가 쓴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눈물까지 흘리기도 했다. 나의 그 어떤 것이 투영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나의 소설을 계속 읽으며 그 속의 나를 발견했다.   

이런 즐거움은 10년 전부터 있었다. 그때는 E-BOOK이 막 시작되는 때이도 해서 글을 쓰는 호기심도 더 있었다. 내가 주로 하는 일의 쉬는 시간이 오면, 글을 썼다. 밤늦게 혼자 웃기도 울기도 하며...동화 같은 느낌의 글.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꿈꿨다. 


그런 동화 같은 상상력이 <얼굴이 사라진 남자>에서도 바탕이 되었다.

대략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바람이 많이 불던 어느 날, 산책을 하고 돌아온 남자는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란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황한 그는 아내와 함께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서 그는 자신의 얼굴이 안 보이는 것이 신체적이나 정신적인 문제가 아닌 것을 알고 안도한다. 하지만, 의사는 거울 속 모습이 현재의 자신이 아닌, 과거의 어느 한 모습이 비치어지는 것을 지적하면서, 거울 속 보이는 진짜 자신을 만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의사의 말을 새겨듣지 않고,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안 보이는 것조차 잊고 지내다가, 결국 쓰러지고 만다. 그는 거울 속에서 만난 자신의 모습이 미처 돌보지 못한 과거의 어느 한순간임을 깨닫고 과거와의 화해를 시도하며, 거울 속 자신을 이해한다. 그리고 부모와 자신과의 관계와 위치를 재정의 하면서 현재의 자신을 만나게 된다.   


얼굴이 사라진 이미지는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시작되었다.  

마그리트 


이 그림은 빛에 감싸진 얼굴. 양복 차림의 남성. 책상 위 올려진 손. 금방이라도 돌을 집어 들 것만 같은 오른손, 교묘히 숨겨진 왼 손. ‘이제 더 이상은 못 참겠어!’라는 아우성이 들리면서도 노란 빛 때문인지 경계와 침착이 알 수 없는 오묘한 시선 속에서 교차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무엇인가 쓰고 싶었다. 하지만, 잘 써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의 모티브가 되었다.


 <얼굴이 사라진 남자>의 주인공 마음은 과거의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 때문에 늘 무거운 감정상태로 설정하였다. 하지만, 그 상태를 자신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볼 수 없는 불안과 의심의 그 지점의 한 지점. 


나에게 이 소설은 일기로 에세이를 쓰고자 했던 것과 결국 같은 맥락이었다. 과거를 들어 현재를 이해하려는 나의 자세가 다른 형태로 표현된 것이었다. 

 

이 소설을 통해, 과거의 유년 시절과 현재의 나를 잇는 한 줄기를 발견한다면, 그만큼 값진 것은 없을 것 같다. 그것이 미래의 자신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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