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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Mar 30. 2023

내 소설 탐방기

당신의 기억도 살 수 있나요?

<당신의 기억도 살 수 있나요?>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옆 동네  연희동을 들락 거렸다. 내심 내가 다니고 싶었던 대학은 H대였기 때문이었다. 친구의 친구의 인맥을 통해 들어가 본 도예실에서 한 겨울 흙을 만지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손은 얼고 콧물은 줄줄 흘렀다. 그래도 좋았다. 잠시 그 곳의 학생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몇 번 그 곳을 들락거리다가, 그만 과대에게 들켜버렸다. 친구의 친구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더 이상 가지 않았다. 그 때의 경험이 상상의 시작이 되었다. 


소설 속 이수진에게 일어난 일들은 상상이었지만, 상상 속 이수진을 둘러싼 일들을 더 강하게 쓰고 싶었다.


그랬다. 처음에는 정말 세게? 쓰고 싶었다. 내 주위에서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이리 저리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을 보고, 사랑을 빙자하여 자신의 욕망을 추스르지 못하는 상황들을 세게 쓰고 싶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은 그렇게 강하게 글을 쓰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 속에서 욕 한마디 넣지 못하는 것이 나의 천성인 것 같다. 그래서 그저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겠다.  


글을 쓰면서, 나는 이수진이 되었다가 민서가 되어보았다.


내가 관심이 있는 기억의 테마에서 여기서는 '기억의 주체'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남이 보는 시선 속의 내가 아닌  내가 나로서 정의내리며 살아야 한다는 점을 쓰고 싶었다. 그것은 그저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랑도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마음을 담은 소설의 대략의 내용은 이렇다.


대학 시절 잠깐 스친 이수진에 대한 막연한 호감을 가지고 있던 그는 늦깎이 미술 대학생 이수진을 자신의 강의실에서 몇 십 년 만에 마주하게 된다. 미대 실기실에서 벌어졌던 사건 때문에 잠적해버린 이수진을 도와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던 그와 달리 이수진은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나중에 그녀가 기면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때문에 다른 이의 기억을 의지하며 살아 온 것을 알게 된다. 이수진은 자신의 작업을 하면서, 다른 이의 기억 속의 자신이 아닌, 자신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게 된다. 이를 관심과 때로는 오해로 바라보는 그는 진짜 이수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면서 점차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모임에서 환갑을 바라보시는 이모가 칠순이 넘으신 엄마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언니! 나 어릴적에 어땠어?

응. 너는 착하고 차분했지.


나는 뭔가 조금 서글퍼졌다. 

이모에게는 직접 말씀드리기는 어려웠지만, 이 소설을 빌어 말씀드리고 싶다.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삶의 기억의 주인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

  


소설 속 상식!


소설 속 이수진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에 관해 조사하고 이를 자신의 작품에 도입한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얼굴은 가려지고 가슴과 엉덩이가 강조되어, 우리가 상상하는 황금비율의 아름다운 ‘비너스’라고 이름 붙여지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에 이 비너스에 관련된 자료에서는 이 비너스는 출산을 앞둔 여성들이 목숨을 건 출산의 장면에서 삶을 위한 간절한 소망으로 손에 주고 있었던 조각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는 그저 이 비너스를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살펴보았지만, 당시에는 처절하게 목숨을 보존되기만을 바라는 의지를 담은 조각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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