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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Feb 02. 2022

얼굴이 사라진 남자 9

9. 바로 당신이야

이제는 언제가 보여?... 어? 내 첫사랑 시절!... 뭐라고?... 하하, 아니야,... 정말이지? 요사이 기분이 좋아 보이던데, 내 눈은 못 속여.~ 첫사랑 생각에 좋았던 거 아니야?... 어! 들켰네!... 누구야 누구?... 비밀!     


바로 당신이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직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남자는 아내를 회사에 입사하고 처음 보았다. 남자가 입사한 회사의 자회사에 다니던 아내는 남자보다도 먼저 일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일주일마다 남자의 팀에 오던 아내를 바라보기만 한 시간이 3년이나 되었다. 아내가 마음에 들었지만, 주위에 너무 많은 남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남자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잘해주는 아내의 모습은 오히려 남자의 용기를 좌절시켰다. 남자는 속으로 아내를 3년이나 좋아했었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 그 시절이 생각났을까?

    

남자는 못 이기는 척 아내와 만났지만, 만나자는 아내의 말을 들은 날.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하지만, 내심 아내가 어떤 이와의 결별에 상심해서 자신을 만난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확인을 하면 할 수 있겠지만, 묻고 싶지도 알아내고 싶지 않았다. 설령 그렇다고 한들 남자는 아내를 만나고, 결혼한 것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남자는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걱정은 아이를 낳고 시간이 흘러도 마음 깊숙이 흐르고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멋진 남자가 된 듯 자신을 포장하고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내가 아내를 먼저 사랑했노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사실 프로 포즈도 아내가 먼저 했다. 남자는 속으로 사랑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러는 순간 그 행복이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아마도 솔직하지 못했던 자신이기에 이제는 솔직하게 사랑을 표현하라는 뜻에서 거울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다음 날, 남자는 점심시간에 밖에서 만나자는 문자를 보냈다. 아내는 그러겠노라고 쿨한 답을 보냈다. 남자는  평소에 잘 가는 식당에서 식사하며, 넌지시 물어보았다.

 

여보, 근데 왜 나를 선택했어?... 당신이 좋아서!... 왜? 어떤 점에서... 글쎄, 그때 정직하고 성실해 보였어, 다른 남자들은 그냥 실실 대고 멋만 들어 보이고 그랬거든... 여보!... 왜?... 몰랐지? 내 첫사랑은 말이야. 바로 당신이었어.


남자는 꽃다발을 건넨다.


내가 당신을 3년이나 좋아했어.  첫사랑 당신과 결혼해서 정말 행복해.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어. 왠지 행복하다고 하면  행복이 날아갈 것만 같았어. 내가 좋아했다고 하면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웠어. 아마도  두려움을 이기라고 거울에 나왔던 같아. 나랑 앞으로도 행복하게 지내자


아내는 빙그레 웃는다. 근데 왜 눈물이 나지? 너무 좋아도 눈물이 나는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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