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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효선 Jan 31. 2022

감정

감정 표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요즘은 감정 알아차림이 잘 되는 것 같다. 되도록 감정의 찌꺼기를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미해결 된 감정의 찌꺼기가 쌓여서 통로가 완전히 막혀버리지 않도록. 예전에는 방법을 몰라서, 귀찮아서, 여러 가지 이유로 감정 찌꺼기들을 쌓아왔던 것 같다. 그것의 부작용을 크게 느꼈기 때문에 이젠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감정 표현을 하는 것, 지금 내 감정 상태가 어떤지 알고 들여다보는 것… 최대한 순간에 집중하고 지금 같이 있는 사람에게 진솔하고 싶다. 그러지 않으면 슬픈 감정이 밀려온다.

최근에 동생이 몸이 힘들어서 예민한 상태였는지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에게 언성을 높이며 짜증을 냈다. 순간 무안하고 슬픈 마음이 밀려와서 참고 넘어가려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네가 몸이 힘들고 예민해서 그럴 수 있다고 이해는 해. 그런데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니까 슬픈 감정이 들었어.”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말을 하고 상대가 알아주기만 해도 감정이 조금은 풀린다. 그러나 이것을 잘잘못을 따지거나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동생도 처음에는 나의 말이 불편했는지 감정을 내치며 이런저런 방어와 공격을 쏟아냈다. 싸우고 싶어서 한 말이 아니라고 차분히 다시 이야기하자 서로 이해하며 정리가 됐다. 예전에 비해서 동생과의 관계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동생에게 고맙다.

상대의 기분이나 감정은 그 사람의 것이다. 틀린 감정은 없다. 상대의 감정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지만 그 사람이 그런 감정이 들었다고 하면 그냥 아, 그렇구나 하면 될 일이다. 궁금하면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물어보면 되고. 감정이 이상하다느니, 감정을 느껴선 안된다느니 하는 건 정말 위험한 말이다. 나도 예전에 동생에게 넌 너무 예민하고 느끼는 감정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식으로 자주 말했는데 얼마나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었을지를 생각하면 정말 미안하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 감정이 드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건데.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감정에는 정답이 없는데 사람들은 마치 정답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눈치를 본다. 이럴 때 이렇게까지 슬퍼하는 게 맞나? 어머, 왜 눈물이 나지, 주책이야. 나 왜 갑자기 화가 나지? 미쳤나 봐. 아! 나 왜 이렇게 우울한 거야? 우울할 일이 없는데… 이렇게 끊임없는 자책, 자기 비난이 계속된다. 그러한 자기 의심에서 생겨난 감정에 대한 감정 소모가 가장 안타깝다.

나는 자기 확신이 부족해서 말과 행동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크게 신경 쓰는 편이다. 부모님은 반응이 대부분 좋지 않으셨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곤 한다. 핀잔을 주로 많이 하셨다. 그때마다 내 생각과 감정은 하찮다고 느껴졌다. 원가족과의 관계가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계속 비슷한 패턴으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그동안 나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친구나 직장 상사를 만났다. 이제는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누군가 나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할 때마다 거리를 두는 편이다. 내면의 힘이 생기면서 그런 반응에 전보다 신경을 덜 쓰고 내 의견이나 생각과 감정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표현을 하면서도 때때로 왠지 마음이 편치 않고 죄책감 비슷한 의문의 감정이 밀려오곤 한다. 긍정적 정서 표현은 오글거려서 제대로 못하고 부정적 정서 표현은 더욱더 힘들다. 나는 자주 우울하고 풀이 죽어 있고 주눅 들어 있는 편이었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는 경험은 참 중요하다. 특히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어린 시절에는 부모의 반응을 보고 확신을 얻을 수밖에 없는데 그 시기에 반응이 아예 없거나 비 일관적인 반응을 주로 보였다면 아이는 당연히 혼란스럽고 선뜻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내면의 힘을 키우려면 내가 나를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정말 그렇게 해줄 사람이 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욱 필사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때는 내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줄 사람이 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만족스럽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에 대한 사랑이나 관심이 누군가로부터 채워졌더라면 그 사람에게 무척 고마운 일이겠지만 스스로의 힘을 키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매 순간 존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은 정말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무한한 사랑을 줄 절대적 존재를 필요로 하고 그래서 종교를 갖기도 하는 것 같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은 친절함과 이해심이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독선과 분별심이다. 난 정말 이기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고 싫음도 분별이긴 하지만 어린아이와 노인을 제외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을 볼 때면 분노의 감정이 든다. 누구나 어느 정도 이기적인 마음이 있기 마련이겠지만, 또 어느 부분에서는 반드시 있어야만 하겠지만… 그 정도가 심한 사람들 말이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본인도 괴로울 거라고 생각한다. 

삶의 방식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강제로 주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병적으로 이기적인 사람들에 대해서도 자비의 마음을 낼 수 있다. CCT(자비명상) 6주 차 수행과정에 참여했을 때 선생님이 그렇게 자주 말씀을 하셨다. 누구나 타인에게 고통을 주며 살지만 고통을 받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그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좀 더 서로에게 따뜻할 수 있을 텐데.

난 친절한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 주제에 대해선 다음에 이어서 써봐야겠다. 생각나는 사람이 몇몇 있는데 그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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