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_아무튼, 산

산과 인생

by 정제이

그동안 가고 싶어 기회를 보던 속초 문우당에 왔다. 속초 시내에 자리 잡은 동네서점.

2층짜리 건물에 주차장까지 마련된 어엿한 서점이다.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라 규모가 큼에도 불구하고 정다움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비정기적으로 큐레이션 주제를 바꾸는데,

이번 주제는 산이라 한다.

왜 산일까?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오르내리는 산에서 배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창문에 새겨놨다.


2층까지 책 구경을 하다가 다시 내려와

내가 선택한 책은 [아무튼, 산].

매번 독특한 주제를 정해 출간하는 아무튼 시리즈 중 하나다.

뚜벅이 여행자에게 부담 없는 사이즈라

무거운 다른 녀석들을 제치고 선택했다.


문우당에는 아빠처럼 친근한 사장님이 계신다.

사장님께 독서 좀 하고 가도 되냐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라 하신다.

의자에 앉아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녀의 시선으로 지리산을 시작으로

에베레스트, 몽블랑, 일본의 산을 올라본다.

대단하다.

젊은 여성이 산을 저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나.

세상엔 참 다양한 취미와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있음을 오늘도 책을 통해 배운다.

트레일 러너라는 생소한 단어도 배웠다.

(트레일 러닝은 산, 초원, 숲길을 달리는 운동을 뜻한다)

삶이 힘들 때면 가벼운 배낭을 챙겨

훌쩍 산으로 가던 그녀는

등산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


그동안 수많은 계획 아래 내가 가진 능력치와 한계치를 가늠하며 리스크가 적은 쪽에, 가능성이 좀 더 기우는 쪽에, 좀 더 안전한 쪽에 패를 던지고 살아왔다. 그러나 산이라는 공간에서는 그러한 저울질이 무의미하다.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것, 그래서 좌절하고 실패하는 것이 산에서는 훨씬 더 자연스럽다.

그런데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계획 이상의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 모든 일이 예측대로 이뤄지지만은 않지만 내 예측보다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 성취와 성공보다 더 멋지고 감동적인 좌절과 실패가 있을 수 있는 것 또한 산에서 배웠다. 무엇보다 산은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줬다.

[아무튼, 산] 58-59쪽


따뜻한 공간에서 독서하다 보니,

이곳이 마치 우리 동네 서점 같단 착각이 든다.

실제론 집에서 무려 152킬로나 떨어져있는데 말이다.

[아무튼, 산]의 저자가 산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면, 나는 동네서점의 책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는 중인 건가.

가끔, 문우당 서림이 생각나면.

가벼운 가방 하나 매고 와서

하루 종일 책 보다가 서울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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