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힐링 글쓰기
작년 가을쯤, 남편이 회사에서 하는 건강검진을 나에게 권유했다. 나름 괜찮은 회사?인 건지 건강검진도 강남에 있는 체계적인 검진 센터였다. 올해 1월 중순에 검진 예약을 했다. 저녁 8시부터 금식하고 다음날 8시에 도착해서 피검사부터 다양한 검진을 받았다. 다 끝나고 쿠폰 메시지가 폰에 떴다. 죽 먹고 가라는 것이다. ‘이게 웬 떡이냐?’ 나는 주부답게 옷을 갈아입고 재빨리 8층에 가서 쇠고기 야채죽을 싹싹 비워 먹었다. 남편 덕분에 나름 싼값에 건강검진도 받을 수 있어서 이날 저녁에는 남편에게 거하게 밥상을 차려주었다. 하지만 매일 빵과 커피를 마시고 겨울이라 운동도 하지 않아서 검진 결과가 불안 불안했다. 40대 중반. 나이가 들수록 몸 여기저기에서 자신들을 돌봐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중이다. 그래서 더 조마조마했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월요일 아침 출근 도장을 찍듯이 오전 8:58분에 메시지가 떴다. 건강검진 결과 메시지..아이 등원도 미룬 채, 링크를 눌렀고 심장은 자연산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뛰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자궁 혹이 말썽을 부렸다. 5센치의 혹은 혈액종양표지 CA125 수치를 정상 범위보다 높였다. 추후에 부인과 진단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빈혈 수치는 8. 새해 들어 많이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두근했었는데, 역시나 빈혈이 문제였다. 총콜레스테롤은 219. 나름 선방이었고, 과거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았던지라 걱정했는데, 공복 혈당 79. 정상 계도에 있는 것 같아 나름 안심했다. 우선 급한 불부터 꺼야 했다. 그날 오후에 내과를 방문했다. 의사 선생님에게 결과표를 보여 드리니 황달이나 신장 문제가 아닌 단순 빈혈이라고 하셨다. 내과 선생님도 부인과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빈혈 문제도 해결될 것 같다고 하셨다. 올해는 독서와 글쓰기에 더 집중하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는데, 나는 독서도,, 공부도 잊은 채, 부인과 진료를 위해 대학 병원부터 다양한 병원 후기를 읽으며 예약하기 바빴다.
우연히 만 33세 자궁경부암이 발견된 직장 여성 블로그를 읽게 되었다. 사진 속 그녀의 모습은 30대 초반의 화사함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미인형이었다. 그런데 사진은 2024년 7월 수술 사진을 마지막으로 그다음이 없었다. 왠지 불안했다. 그녀는 자궁경부암 3기로 발견 당시 림프 전이까지 진행되어 2024년에는 뇌까지 전이가 되었다. 그 과정을 블로그에 다 올렸던데..이후 사진도 글도 없었다. 나는 순간 마음이 먹먹했다. 만 33세면 얼마나 젊은 나이인가!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만, 죽음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오히려 감사하기까지 했다. 내가 건강하지 못하면, 지금의 고민들은 생각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일단 대학 병원 부인과 예약을 해놓았다. 이날 독서도 글쓰기도 안되었다. 그동안 불평불만만 늘어놓은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얼마 전, 윙크의사 서연주씨의 강연을 본 적 있다. 30대 초반인 그녀는 의사 세미나 마치고 승마 운동을 하다가 낙마에 한쪽 눈을 잃어버렸다. 한순간에 의사에서 환자로 변해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고 한다. 사람 인생은 알다가도 모르는 일이다. 전도유망한 여 의사가 한순간에 인생이 바뀌다니.. 그녀는 자신의 에세이가 나오는 시점에도 몇 차례의 수술을 받아야만 했단다. 많이 울기도 했지만, 의사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할 거라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는 매 순간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많이 한다. 남 탓하기 바쁘고, 나에게 없는 것에 불평하며 살아갈 때가 많다. 나는 이번 건강검진을 하며 나의 일상을 돌아보았다. 경력단절이라 불평했고, 내 글쓰기 실력을 불평했고, 공부 못했던 나를 불평했다. 이젠 그저 이렇게 건강하게 숨 쉬고 어디 아프지 않고 먹고 마시고 걷고 잘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매일매일 보내자고 다짐했다.
고명환 작가는 말한다. 자신은 매일 셀프 긍정을 선언한다고. 나도 오늘부터 선언하리라! 읽고맘! 건강하니 감사! , 잘 자고 일어나서 감사! 우리 세 식구 다 건강하니 감사!, 잘 먹어서 감사! 늘 감사하며 살자! 나도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v마음 정리 체크하기
-지금 불만이 무엇인가?
-불만을 바꿔서 감사로 적어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