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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의 아이러니들

어쩌다 사회복지사가 되었나요?

by 김인철

월요일 아침 출근길이다. 흐린 버스 차창밖으로 비가 내린다. 월요일은 조물주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가장 격렬하게 충돌하는 순간이다. 역설적으로 화사한 날의 행복감보다는 비 오는 날의 우중충함을 느낄 때 나는 더욱더 살아있음을 느낀다


사진출처-pixabay


비감, 비애, 슬픔, 분노 그리고 아련함을 적시는 감정들이 덜컹거리는 220번 버스 안에서 폭발하듯 분출한다. 차창밖으로 튀어 나가 버릴 것 같은 모종의 격렬함을 나는 간신히 억누른다.

언제나 그렇듯 공중의 물 찬 제...비는 하늘의 선으로 내려서 대지의 원으로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세상에 쌓였던 모든 문제의 근원은 버스 맨 뒤 좌석에서 스멀스멀 풍기는 짙은 암모니아 향기와 더불어 사라진다.

결국엔 이 모든 것들은, 이야기들은... 니체가 그랬듯이 '영원한 재귀와 반복의 울렁거림'에 지나지 않을 테지만 상관없다. 내게는 당장 몇 시간 후에 벌어질 내 삶의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서툰 영역에서의 일들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니깐.

보이는 것들, 보아야 하는 것들, 우리가 몹시도 외면하던 것들은 저 가냘픈 빗줄기 속의 물방울 속에 담긴 채 공중에서 선으로 추락한다. 그리고 이 도시의 어딘가에서 소리 소문 없이 원으로 사라진다. 사라지는 저 빗방울처럼 더 이상 필요 없는 것들에 미련을 두지 말자.

간절히 원한 것이든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대상이거나 미련을 버리자 과감히 버릴 수 있을 때 완전한 자유는
나의 것이 된다. 월요일 오전 10시, 비가 내릴 때의 비감, 우중충함, 더욱더 격렬하게 입을 다무는 표정 없는 사람들의 풍경들.

삐.삐.삐.

정거장을 세 개나 지났지만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하차를 알리는 붉은 벨소리만 요란하다. 지금 이 순간 말이라는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세상은 언어 이외의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이 비가 종일토록 멈추지 않으면 퇴근길에 연락 없던 그리운 상대에게 전화를 해서 모처럼 맥주나 한잔 청해야겠다

진실로 오랜만에 나도 누군가에게 그 '말'이라는 걸 할 수 있도록~


2015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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