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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경민 Oct 07. 2022

새로운 인연, 그리고 행복

따뜻했던 전부

소소하게 행복을 주는 것



행복이란 뭘까? 사전에는 복된 좋은 운수나 생활의 만족과 삶의 보람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라고 한다. 여행 기간 동안 행복의 순간을 돌아보니 행복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물음이 풀렸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 작은 배려를 베푸는 것.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

느끼기에 따라 다르다. 사소하게도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듯했고 배려의 손길은 가치를 올려주며 고마움을 서로 표현하는 것은 흐뭇하게 했다.


보람을 느끼는 흐뭇한 감정과 비슷했다


동네 놀이터 같은 만남의 장소는 아르마스 광장이었다. 매일 같이 한참을 구경할만한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맛있는 음식점들이 즐비해있는 중심가다.


눈이 가는 골목길의 거대한 돌들


골목길을 걷는다.

거대한 돌벽들은 눈에 밟힌다.

"진짜 정교하다!"


정교함의 대표작 '12 각돌'. 면도날조차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다. 서로 다른 모양과 크기의 돌들이 엇갈려서 틈새를 맞췄다. 울퉁불퉁한 모서리들에도 딱 맞는 돌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들은 모양을 맞춰나간 것인지 원래부터 딱 맞아떨어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크기와 모양이 다른 사람이라는 돌멩이는 맞는 사람을 찾아가는 걸까, 맞춰가는 걸까?"

답이 없는 질문이 스쳐 지나간다.





"이거 잡아!"

숨을 가쁘게 쉰다. 쿠스코의 골목은 경사가 급하다.

말없이 힘들어하는 나를 기다려주면서 손을 뻗어줬다.


"도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올라왔어."

"같이 끝까지 와줘서 내가 고맙지!"

따뜻한 말이 오가면서 포기하지 않은 노력의 가치가 올라간다.

보람차고 흐뭇해지는 감정이 행복이라면 이때 고마움을 나누는 감정과 비슷했다.

산크리스토발 교회에서의 전망


산크리스토발 교회에서는 한눈에 쿠스코가 펼쳐졌다. 고개를 들자 가쁜 숨이 턱 막혔다. 일출이 시작되며 빛을 받은 산이 찬란하게 빛났다. 그림자가 생긴 부분들은 쿠스코를 더욱 웅장하게 만든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과 빼꼼하면서 나오기 시작한 하얀 달을 맑은 공기와 함께 마주했다.



복된 좋은 운수로서의 행복


여유롭게 투어 버스를 탑승한다.

버스비를 몇 배로 받아간 걸 알고 대표로 클라라가 대화해서 돌려받은 후였다.  

"하나 둘 셋 찰칵!"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온다. 높은 2층 버스에서의 풍경은 거리를 걸을 때보다 멀리 볼 수 있었다. 무지개로 빛나는 쿠스코의 깃발이 휘날렸다. 적당한 바람과 멀리까지 보이는 마을, 그리고 미소를 보내는 도미니칸 리퍼블릭 친구들까지 이번에는 행복이 복된 좋은 운수라고 여긴다.

"VIVA EL PERU"

멀리 산에는 긁어낸 듯이 글씨가 박혀있다. 설명을 하시는 기사님의 목소리는 귀에서 살랑거리지만 알아듣는 건 없었다. 아무것도 못 알아듣는다며 웃어 보이자 친구들이 설명해준다. 시내를 다 돌자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바람은 거세졌다.

이층 버스에서 본 쿠스코

잉카 언어인 케츄아어를 쓰시는 분께서 일종의 의식을 진행했다.

원하는 소망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주문을 외워준댔다. 막연하게 주변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


"쁘리오(춥다)"

혹독한 날씨를 견디고 산꼭대기에 있는 예수상을 봤다. 찢어지도록 춥게 변한 날씨로 인해 후다닥 뛰어서 보고 후다닥 버스로 웃음을 터뜨리며 달려 들어갔다. 추운 온도를 함께 나눈 동지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경험도 즐겁기만 했다.


"썸머! 저것 좀 봐"

친구들은 애정을 담아 나의 이름을 매번 불러주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산을 내려왔다. 오들오들 떨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이유는 함께 하는 사람들 덕분이었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창 밖의 풍경은 일몰이 들고 있었다. 낭만적인 풍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이때 버스 기사님께서 틀어주신 음악은 분위기를 한층 더 무르익게 만들었다. 그때는 그저 쿠스코에게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불행이 아닐 수도 있다.


"볼리비아 오늘 가야 하는데!"

쿠스코의 볼리비아 대사관은 휴일이란 명목 아래 문을 열지 않았다. 비자를 받아야 했기에 영사관 앞을 서성이지만 희망고문일 뿐이다. 어쩔 수 없이 다 바꿔야 했다. 예약한 버스표부터 온라인 신청까지 다시 했다. 생각지도 않은 변수로 속상하고 아쉬웠다.


"속상하겠다”

친구들은 사정을 듣고 근교 드라이브로 기분전환을 하자고 했다. 식사를 함께 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나누자 속상함의 감정이 내려앉았다. 우리는 쿠스코 원주민에 의해 조각된 석조 조각 복합체인 일명 신들의 거주지("Morada De Los Dioses")로 향했다.

신들의 거주지

"저 얼굴 봐봐"

라 파차마마. 대지를 상징하는 조형물은 산을 찢고 나온 듯한 거대한 얼굴로 우리를 환영했다. 표를 끊고 다양한 조각물들을 구경하면서 신들의 거주지를 상상했다. 잉카시대의 신성한 동물이라던 커다란 입을 벌린 퓨마가 자리를 지킨다. 거대하게 자리 잡은 3차원 문은 굳건히 닫혀있다. 사뭇 진지한 표정을 가진 황제들의 얼굴을 보면서 옛 황제들을 상상하면서 길을 올랐다. 신들의 거주지 꼭대기에서는 노을 지는 풍경을 내려다봤다.


"고마워. 오늘 하루를 우울해할 뻔했는데 너네가 날 구조했어!"

"네가 함께 해줘서 우리도 행복했어! 우리도 고마워!"


훈훈한 분위기는 낯간지러웠다. 우리는 다른 점이 참 많았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바라보며 속상함을 어루만져주는 배려들은 모난 조각의 빈틈을 채워주었다.  

'어쩌면 사람도 맞춰갈 수 있지 않을까?'

완벽해 보였던 12각 돌의 틈새를 맞춘 것은 돌멩이를 돌려가면서 그 부분을 맞춰나간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다양한 관점으로 돌려보면서 이해하고자 한다면 우리도 맞을 수 있는 조각인 것이다. 피어나는 미소들과 노을은 미묘하게 섞여서 나를 따뜻하게 감쌌다.



따뜻하고 섬세하게 챙겨주는 마음을 서로 나누는 것.

따뜻하게 싸놓은 선물을 주듯이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


친구들에게 고마웠다. 이름을 불러줄 때부터 작은 배려의 손길을 내밀 때, 고마움을 표현할 때 모두 말이다. 우울할 뻔한 순간에도 그들의 도움으로 그날의 감정은 행복으로 전환되었다. 쌀쌀한 계절의 쿠스코는 틈새의 빈틈을 채워준 그들로 인해 온기가 가득한 기억으로 마음속 한 서랍에 고이 간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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