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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뜐뜐 Sep 21. 2021

소개팅_11

고백

아마도,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 같다. 고백은 다음번으로 잠시 미뤘지만, 한 남자의 전화 때문에 마음이 뒤엉켜 버렸다. 차 안에서 정적이 흐르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빠르게 정리해봤다. 불확실한 추측과 직감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은 매번 달갑지는 않다. 솔직한 마음으로 그녀에 대한 확신은 아직 없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나에 대한 확신이었다. 그녀의 상황이 현재 어떻든 상관없이 나는 그녀에게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는 확신. 이런 확신은 나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자신감은 나를 움직일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녀에게 남자 한 둘은 있을 것이라고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그 남자의 전화가 다행히 그렇게 치명적인 타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 관계의 정도와 깊이에 상관없이 그녀가 지금 내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는, 그 관계에 미래가 없거나 확신이 없어서이지 않을까. 나는 그녀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녀에게 내 마음을 보여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진심은 통한다는 믿음으로 그 믿음을 믿어볼까 했다. 정적이 흐르던 차는 어느덧 그녀 집 앞에 도착을 했고, 마음은 정말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오늘 정말 즐거웠다며 인사를 건네고 내리려는 그녀를 급하게 붙잡았다. 할 말이 있다고, 그녀에게 잠깐만 시간을 달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사실 조금 전 카페에서 고백하려 했는데, 너무 떨려서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다고. 그래도 작은 용기라도 내서 지금이라도 내 마음을 고백하려 한다고. 솔직히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얘기했다. 나는 곁에 두고 오래 봐야 매력 있는 사람인데 아직 나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짧았기에, 당장 나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은 이해한다고. 그리고 그런 확신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왜냐하면 앞으로 나에 대한 확신은 내가 만들 거기 때문에, 그냥 내 옆에 있으면 그 확신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행복이라는 단어는 한없이 막연하지만,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이야기를 곰곰이 듣더니, 아까 분위기 좋던 카페에서 이야기하지  이제 와서 이야기하냐며 얘기했다. 그리고 그런데, 라는 부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녀도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번이나 만났다고 한다. 하지만 남자 나이 서른이면 결혼보다는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겠거니라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맞다. 나는 아직 결혼 생각은 없었다. 서른 중반쯤 되면 결혼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을 , 이제  서른이  나는 아직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연애 말고 결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이야기에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어떻게 보면 조심스러울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준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흔들리는 정신을 얼른 차리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나는 유학 생활을 혼자서 오래 하다 보니까 또래들보다는 결혼을 빨리하고 싶다고 얼떨결에 이야기를 했다. 이제는 나도 결혼을 염두에 두고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니면 시간 낭비인  같다며 진지한 만남을 원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아니면 내일이라도 결혼하자고 했다. 나도 모르는 내가  등장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웃었고, 나도 웃었다.

그녀와 나는 이제 연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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