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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뚝배기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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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스타시아 Dec 28. 2020

1. 똥

“에이씨, 이거 몇 푼 안 되겠는데?”


“그러게 관리 잘하랬잖아. 어째? 유기견 센터로 보내?”


“일단 싸게 넘기고 안 팔리면 가정 분양으로 처분하자고.”


“작아서 오히려 잘 팔릴 수도 있겠는데 이 땜빵 진짜……. 그러게 바닥 관리 잘하랬지?”


“야, 저게 철망 밑으로 빠진 줄 누가 알았겠냐? 안 죽은 것만으로도 돈 안 날아간 줄 알아 인마.”


며칠째 엄마의 젖내는 나는데 엄마가 보이질 않는다. 점점 퀴퀴한 변 내가 엄마의 냄새를 가려 엄마를 점점 느낄 수가 없다. 머리 위로 퀴퀴한 변이 자꾸만 떨어진다. 엄마의 젖을 물려고 아무리 고개를 들어봐도 딱딱한 철조망이 내 머리를 짓누른다. 딱딱한 철조망 사이로 간간히 튀어나온 엄마의 살결만이 내가 엄마 옆에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엄마! 엄마!”


아무리 엄마를 불러도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이 딱딱한 철조망만 넘기면 되는데, 그럼 엄마에게 갈 수 있는데……. 춥고 배가 고프다. 그나마 냄새나는 변이 따뜻해서 이젠 변이라도 고마울 지경이다. 그러던 중 거친 커다란 사람의 손이 나를 덥석 잡아 엄마의 곁으로 데려다주었다. 아마도 무척 다정한 사람인가 보다.

따뜻한 엄마젖이다. 며칠간 먹지 못했던 젖을 다 먹으려 했는데, 그마저도 형과 누나들이 나를 밀고 먼저 먹는다.


“엄마 내가 왔어요!”


엄마에게 아무리 기어가 보지만 엄마는 그저 누워만 있다. 


엄마를 만나려 안간힘을 쓰던 내 머리통에 큰 땜통이 생겨버렸다. 그런 내 머리를 보면서 나를 데려다준 따뜻한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엄마에게 이야기해주어야지.


그동안 엄마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러 젖내를 더듬으며 필사적으로 엄마에게 기어갔다. 그저 엄마를 만나 따뜻한 젖을 무는 게 행복한 나는 새끼 강아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엄마는 며칠 만에 만나 못 알아보는 건지 나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겨우 젖만 내주었다. 


곯은 배를 겨우 채우고 다시 엄마 곁에서 잠을 청했다. 다른 형과 누나들이 두 배로 큰 사이 바닥에서 지낸 나는 여전히 갓 태어난 것만 같았다. 그래도 며칠 만에 겨우 젖을 무니 힘이 생겨 이제 꼬리를 흔들 수 있게 되었다.

‘분명 내가 꼬리를 흔들면 엄마가 나를 예뻐라 해주실 거야.’라고 믿으며 더욱 세차게 꼬리를 흔들며 엄마에게 기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는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다. 그나마 이빨이 없는 나는 젖이라도 주었지만 이빨이 난 형과 누나들은 엄마에게 물릴 뻔했다. 왜 엄마는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왜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지?


 나는 엄마를 만나려고 매일매일 수십 번 수백 번을 철망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는데 왜 엄마는 나를 다시 철망 밖으로 밀어내려고 하는 거지? 나는 엄마 곁으로 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죠?”

그러자 엄마는 멍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가 몇 번째 새끼인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넌 또 내가 낳고 며칠 뒤면 내 옆에 없을 똥 같은 아이야. 그러니 나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말거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케이지 안으로 치와와 한 마리가 들어와 엄마의 허리를 흔들어댔다. 엄마는 날카롭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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