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도 만져볼 수도 없는 사랑을 가늠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하지만 마리나와 울라이 이 행위예술가 연인들은 사랑을 표현하고자 "정지 에너지"라는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커다란 활을 마리나의 심장에 겨누고 의연한 표정으로 주저 없이 활의 시위를 당기는 울라이.
울라이의 위태로운 한 손에 자신의 목숨을 건 마리나지만 오로지 울라이에 대한 사랑과 신뢰로 아득한 죽음의 공포까지 초월한 듯한 표정의 마리나.
죽음의 공포까지도 잊게 해주는 사랑.
하지만 울라이의 작은 실수에 마리나가 큰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릴 수 있는 것처럼 작은 신뢰의 금에도, 의도하지 않은 실수에도 커다란 상처를 입고 마는 역설적인 사랑.
어쩌면 사랑의 은유적 표현인 심장과 파괴의 은유적 표현인 화살은 아주 양립할 수 없는 동떨어진 속성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랑을 한다는 건 신뢰와 사랑이라는 예쁜 천으로 눈을 가리고 서로의 심장에 활시위를 팽팽히 당기는 것.
그 활시위에 올려져있는 화살을 자신의 심장에 더욱 가까이 가까이 가져다 놓는 것.
정지 에너지임과 동시에 언제든 심장을 꿰뚫을 준비가 되어있는 잠재 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