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과 나의 관계는 애초부터 성립할 수 없던 관계 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당신에게 사랑을 요구했고, 당신은 처음부터 내게 우정을 요구했으니 당신과 나의 모든 것은 서로의 철저하고 처절한 연기로 이루어진 한 편의 B급 영화 같은 것이다.
우리는 맡은 배역에 너무나 몰입하여 그 배역이 진짜 우리일 수도 있겠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겠다.
물론 나는 지금 내가 맡은 배역이 너무 좋고 행복하지만 그러나 나는 이제 이 배역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 진부하고 뻔뻔한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말이 당신 입장에서는 기가 찰 수도 있겠지만
나와 당신은 지금 서로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으니 나는 이제 당신을 떠난다 당신도 나를 떠나라.
그러다 당신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게 생긴다면 그때 내게 오라, 영영 내게 오라.
나도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게 생길 때쯤 매년 만개하는 벚꽃처럼 자연스레 당신을 찾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