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선물 09
아무도 모르는 너에게 간다
하늘이 열리는 날에
꽃신 신고
간다
아무도 모르는 너에게 간다
하늘이 열리는 밤에
달 맞으러
간다
몰아치는 바람
겨울꽃에 감사하고
기다려왔던 봄날
차가운 비 마다지 않고
뜨겁던 한낮의 소나기마저
부끄럽게 만들던
그대 품
화려한 그 푸르름도
훌훌 떠나보내고
문득 찾는 그리움도
품는 그대
화려한 그 푸르름도
훌훌 떠나보내고
문득 찾는 걸음마저
품는 그대
아무도 모르는 너에게 간다
너에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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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자락 헤이리예술마을로 왔다.
매일 똑같은 곳을 걸어 출근을 했다.
꽃 피워 환하게 하고,
여름이 되니 초록잎으로 그늘을 만들고,
바람 불어오니 낙엽 떨구는 나무를 보며
눈 내리는 겨울에도
걸어서 출근을 했다.
벚나무였다.
변함없이 나를 기쁘게 해준 나무.
멋지지 아니한가.
나를 지켜보는 이가 있다면
나를 지켜주는 이가 있다면
이 벚나무 같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
감사했다.
내가 그처럼 서 있고 싶다.
문득 찾고 싶은 그 나무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