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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돈 얼마나 번다고 회사를 나가니

by 곰아빠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40대가 훌쩍 넘어 첫 아이를 낳았어요.

아이는 너무 예쁘고 모성애는 가득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를 포기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빠르게 영유아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있었어요.

시기가 딱 관리자로 올라가냐 마냐의 시기라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어렵게 얻은 아이인데 엄마가 좀더 곁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해요.

시댁에서는 그깟 돈 얼마 번다고 회사 나가냐고 핀잔도 주시고요.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게 아니라 제 커리어를 지키고 싶은건데 제가 이기적인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사연자분은 결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아이를 낳고 난 뒤의 삶은 누구에게나 큰 전환점이지만, 특히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커리어와의 균형을 고민해야 하는 순간엔 감정이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너무나 예쁘고, 모성애도 가득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사연자분의 시간과 노력 역시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커리어 상에서 중요한 전환점, 관리자로 올라갈 수 있는 시기이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것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존재를 증명하는 자리이기도 하니까요. 수년간 쌓아온 능력과 책임감을 한순간에 내려놓는 일은 누구에게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남편이나 시댁의 말이 섭섭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 말들이 마치 아이 곁에 있지 않겠다는 사연자분을 '나쁜 엄마'로 몰고 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일터로 돌아가려는 당신의 마음은 너무도 정당합니다.


사랑은 단지 곁에 오래 머무는 시간으로만 증명되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가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모습, 스스로를 아끼고 지키는 모습은 아이에게도 분명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세상의 기준이나 주변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마음과 삶의 방향을 따르세요.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이를 덜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선택이 아이에게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는 결국 엄마가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사람보다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낸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자랄 때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이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자신을 지키는 것도,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너무 자신을 탓하지 마세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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