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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Jul 08. 2024

꾸준함은 타고나지 않는다.


 

애초에 달리기를 꾸준히 할 자신이 없었다. 의지가 약하다는 걸 나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달리기 글쓰기를 연재를 시도하면서, 마감이 있는 글쓰기를 빌미로 달리기를 꾸준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강제 장치를 거는 시도를 해보았다. 엉덩이를 떠밀어 서서라도 운동에 꾸준함을 좀 밀어 넣고 싶었다.  


운동을 오랜 시간 꾸준하게 하는 사람들은 주위에 심심찮게 보인다.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 처음에 나는 그들은 운동이 좋아서, 엔돌핀이 솟구쳐서 그렇게 빠져서 하는 줄 알았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다. (특히 골프 나 테니스 같은 운동)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몇 년 동안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지만, 나처럼 억지로 강박적으로 몸을 일단 밀어 넣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 그런 사람이 은근히 많았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억지로라도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들의 공통점은, '그냥' 한다. '일단' 한다는 점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냥 생각이란 걸 하기 전에 운동을 하러 일단 나간다고 했다. 꾸준하기 위해서는 그걸 왜 하는지 따지면서 내적 갈등을 일으키기 전에 그냥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그냥 시작했다면 그게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된다. 음.. 그건 내가 예전에 새벽기상을 했을 때 하던 방식이다. 알람소리가 울리면 그냥 일단 몸을 떼도록 연습했다. 그런데 생각 없이 몸이 움직이게 하는 연습은 꽤나 쉽지 않았다.


남이 아닌, 나의 경우엔 '그냥'이나 '일단' 행동하는 게 잘 안된다. 그나마 주 2회 연재를 해야 하니, 최소 일주일에 두 번은 달려보자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요즘 하루하루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 체중이 눈에 띄게 준 것도 아니며, 내 러닝 속도가 눈에 띄게 향상된 것도 아니다. 그래도 나는 나의 글쓰기 덕분에 운동을 꾸역꾸역 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 가늘고 길게 아직까지 달리기를 놓지 않고 있다는 것 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여기서 더 올려치면 내가 쌩하니 도망갈 것을 알기에 지금 정도로 두 달 동안 끈을 놓지 않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정리하자면, 나는 위태위태하게 멱살 잡아 끌려오는 '아직 달리는 찬란'이다.


세상의 꾸준 분야 고수들에게 묻고 싶다. 고수님들, 꾸준함이란 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요? 당신은 왜 매일 일기를 쓰죠? 왜 매일 사우나에 가죠? 왜 매일 건강한 주스를 만들어 먹죠? 왜 매일 글을 쓰죠?  왜 매일 기도하죠? 왜 매일 운동하죠?  당신의 꾸준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요?


나에게 운동의 의미란? 앞서 운동이 나에게 좋은 이유를 이미 몇 개를 줄줄 나열했으면서도 나는 그게 당장 내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참 간사하게도 그 이유들이 처음보다는 훨씬 희미해졌다.  그러니 '일단' '그냥' 하려니깐 자꾸 핑계만 더 늘고 위태위태 해졌다. 그래서 나는 다시 좀 쉽고 구체적으로 나만의 이유를 갖다 붙여보기로 결심했다. 최근에 나는 막역한 분이 미국에서 공수해 준 엄청 이쁜 말 무늬의 스크럽복을 선물 받았다. 참으로 너무너무 이쁜, 아마도 한국에 단 하나뿐인 스크럽복인데, 안타깝게도 나에게 사이즈가 작다.


그래. 결심했어. 나에게 조금은 더 쉽고 구체적인 달려야 할 목표를 찾아냈다. 나는 달리기와 식단으로 체지방을 좀 빼야겠다. 감량을 위해 달려야겠다. 그래서 그 스크럽복을 올해 안에는 한번 입어 보고선 일하고 싶다. 원래 이런 수치적인 목표를 정하면 강박이 생기는데,, 운태기에는 아무래도 직관적인 게 최고인 것 같다. 나라는 인간은 꾸준함을 타고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목표점이 눈에 보이면, 기꺼이 잘 해낸다. 그러니 결국 나는 꾸준함을 매수하기 위해 강박과 계약하게 되었다.  


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제는 감량이다. 오늘부터 나는 '달리는 찬란' 연재의 마지막 장에, 엄청 힙하고 예쁜 말문양 스크럽복을 올해 안에 입고 일하는 사진을 올려봐야 겠다. 나에겐 바프나 다름없다. 단, 한겨울에 사진을 찍게 된다면 조금 웃기기는 하겠다. 그래도 그 쯤 되면 혹시 나에게도 운동의 꾸준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게 되진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내일부터 다시 또 달려보자. 왜 오늘 아니고 내일이냐고? 사실 오늘은 피부 시술로 얼굴이 불타오르는 상황이라 달리기를 할 수 없었다고 마지막 핑계를 대본다. 그러니, 오늘은 안 달리는 대신 야식을 그만 먹고, 내일부턴 또 몸을 놀려보도록 하자. 부디 내일은 운동하고 무사히 연재 글을 쓸 수 있는 새로운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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