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란 Jul 01. 2024

다시 한번 시작점에서

어제 반만 뛰다 포기한 코스를 다시 처음부터 할 건지, 아니면 그냥 건너뛰고 다음 것을 할 건지 런데이 앱 팝업이 나에게 물었다. 흠.. 어제 발은 담가봤으니 오늘은 그냥 그다음 새로운 코스로 시작할 까 했다. 그래도 나 혼자 하는 건데 이거라도 솔직하게 하자 싶어서 어제 반만 뛴 기록을 그냥 다 지우고 다시 처음부터 하겠다고 택했다. 야무진 런데이는 어벌쩡하게 넘어가려던 나를 그렇게 바로잡았다.


어제 중도하차하니 이래저래 죽도 밥도 안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으며 다시 어제 코스로 시작점을 끊었다. 오늘은 날씨가 무척 습하고 후텁지근했다. 왠지 오늘은 뭔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조짐이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30분 달리기‘ 초급 코스는 처음에는 3분 남짓한 인터벌로 뛰다 걷다를 반복하더니, 어느덧 이제 뛰는 시간이 10분으로 늘었다. 나에게는 만만치 않다. 그래도 어제처럼 10분을 뛰고 4분을 걸으면서 운동의 한텀이 끝났다. 딱 내가 포기한 그 시점까지 반복한 셈이다. 그리고는 시간을 돌린 사람처럼 어제와 같은 상황에서 이제는 집에 가지 않고 두 번째 10분을 다시 뛰기 시작했다. 사실 뛴다고 하긴 민망하고 굉장히 빠른 걸음 정도의 속도쯤 되는 것 같다.


두 번째 10분은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어제에 이어 이틀 연짱이라 근육이 피로한 거 같다고 내 마음대로 생각했다. 나는 하루 30분만 운동하지만, 이래 봬도 국가대표 운동선수 납신 듯 내 몸을 분석하고 내 근육 컨디션을 소중하게 조절하고 있다. 두 번째 10분 달리기에서 한 5분쯤 뛰니깐 힘들어서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동안 한 달여간의 운동은 굉장히 할만했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과 어제 중도포기 경력이 있고, 또 런데이 어플이 눈 시퍼렇게 뜨고 내 기록을 저장하여하고 재확인한다는 것을 알다 보니 이번에는 포기하는 게 더 부담된다. 자 이제 3분만 버티자. 이제 2분. 마지막 1분...! 완주하기 위해서 덜 힘들도록 속도를 더 늦추되 멈추지는 않았다. (누가 보면 49.195인 줄)


그리고 드디어 두 번째 10분 달리기가 끝났다. 힘든 운동을 성공했다는 자아도취감이 너무나 좋았다. 좀 힘들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 그걸 해냈을 때, 그때가 행복도 조금 더 커지는 것 같다. 그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왠지 내 머리가 아닌 몸도 아는 것 같다. 오늘은 머리보다는 몸이 기꺼이 움직여주며 나를 도와주는 것 같았다.


고맙다 내 몸뚱이야.



이전 10화 반만 뛰다 돌아온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