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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덕 Dec 29. 2022

공군사관학교 가입교 훈련

1976년 2월 2일 아침 일찍 나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 대방동에 있던 공군사관학교로 갔다. 공군사관학교에서는 한 달간의 가입교 훈련을 통과한 사람만 입교를 허락했다. 나는 어떠한 훈련을 받게 될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두렵기도 했다. “1976년 2월 2일 공군사관학교로 출두하라!”라는 합격통지서의 딱딱한 문구부터가 나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공군사관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여러 개의 날카로운 창 같은 것이 달린 ‘성무탑’이 언덕길 위에서 위용을 자랑하며 버티고 있었다. 멋있기도 했지만 떨어진다면 큰일이겠다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학교 안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선배 생도들이 우리 신입생들을 환영한다면서 뜨겁게 환호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잠시 긴장이 풀리고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얼마 후 우리 가입교 생도들은 부모님들과 헤어진 후 이발소로 갔다. 그때 한 생활 지도 생도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귀관은 머리를 신주 모시듯 하는군!”

대부분의 가입교 생도들은 머리가 짧은데, 재수생이었던 내 머리는 장발이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훈련받을 때 머리를 깎을 텐데 굳이 돈 내고 이발할 필요가 있겠나 싶어서 그냥 온 것인데 지적을 받고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우리는 모두 머리를 짧게 깎고 나서 지급된 훈련복을 입었다. 대학교가 아니라 군대에 들어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느낌은 다음 날 아침부터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날이 채 밝기도 전인데 ‘기상’하라고 하는 생활 지도 생도들의 외침 소리가 들렸다. 생활 지도 생도들은 우리를 마구 다그쳤다. 그것은 나의 넋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허둥지둥 옷을 입고 침구 정리를 하고 ‘점호장’으로 뛰어나갔다. ‘점호’를 마친 후에는 ‘구보’를 시작했다. 지도 생도들이 시키는 대로 식사하고, 훈련받고, 샤워하고, ‘수양록’을 쓰고, 생도 생활 규정을 읽고, 바느질로 ‘주기’를 하고, 빨래도 했다. 이렇게 바쁘게 지내다가 밤 10시 30분이 되면 ‘취침’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6시 30분에 기상나팔 소리를 듣고 일어나면 힘든 훈련이 다시 시작되었다. 생전 처음 받아 보는 훈련이라 견디기 쉽지 않았다. 선배들의 지적과 ‘푸싱’(두 손바닥으로 가슴을 치는 행위)도 힘들었지만, 구보 훈련이 가장 힘들었다. 오래 뛰게 되면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니 부정맥 때문에 그랬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왜 그런지도 몰랐다. 그래서 포기하려고 하면 훈련 지도 생도가 끝까지 뛰게 했다. 부끄럽기도 하고 괴롭기도 해서 자퇴를 하고 싶었다. 게다가 일부 지도 생도들로부터 ‘구타’를 당하게 되면 더욱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밤, 대대장이 모든 훈련생을 점호장에 모아 놓고 자퇴를 원하는 사람은 나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꽤 많은 가입교 훈련생들이 대열에서 나와 줄을 서기 시작했다. 나도 그 줄에 섰다. 그랬더니 대대장이 야단을 치면서 헌병을 불렀다. 그리고 한 훈련생을 불러오게 한 후,  “이놈 영창에 넣어!”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자퇴를 원하는 훈련생들은 모두 영창에 집어넣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나와 있던 훈련생들은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당시 많은 훈련생이 자퇴를 원하니까 대대장이 연극을 하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후 십여 명의 훈련생이 퇴교를 당하였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훈련이라 견뎌내기 힘들어서 나도 여러 번 자퇴를 생각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 훈련을 못 이기면 사회에 나가서도 성공할 수 없다는 지도 생도들의 말이 한몫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쏟아부은 노력이 아깝기도 했다. 그래서 참고 견뎠던 것이다. 그때 만약 참지 못하고 나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가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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