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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Aug 12. 2024

1화 없어져야 하는 식물 화살메꽃

나는 필요없는 존재인가

프랑스에서는 감자를 워낙 많이 먹고 나 또한 감자를 좋아하기도 해서 텃밭에 감자를 많이 심는다.

거의 텃밭의 3분의 2가 감자다.


나처럼 텃밭 초보자도 감자는 크게 어렵지 않은 식물이다.

5월 쯤 작년에 남겨두었던 씨감자라고 할 것도 없다. 작년에 다 못 먹고 남겨둔 감자가 싹이 자라면 그걸 땅을 파고 심으면 끝이다.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자연스레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쑥쑥 자라 꽃까지 맺히는 효자식물이다.


환영 받는 존재 감자

약 3달이 흐른 후 현재 감자는 무럭무럭 자라서 우리 집 식탁에 자주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손이 안가는 감자도 꼭 관리해줘야 하는게 있다.

주변 잡초관리인데 비가 한 동안 내린 후 텃밭에 나가보면 아니나다를까 정글을 방불케 잡초가 무성하다.


특히 감자줄기를 타고 자라는 식물이 있는데 이름도 생소한 화살메꽃이다.

이 식물은 감자줄기 뿐만 아니라 뭔가 타고 올라갈 꺼리가 있다면 생명력을 뻗치는 식물이다.


생병력이 좋은 화살메꽃



감자근처 잡초를 정리하다가 이게뭐지?하면서 검색해보니 하얀 꽃이 피는 꽃인데 나팔꽃이랑 비슷하다.

감자 뿐만 아니라 정원의 모든 식물을 감고 올라간다.

식물을 감고 올라가다 결국에는 죽여버리니 어쩔 수 없이 화살메꽃은 텃밭이나 정원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


날잡고 이걸 잡아 뽑다보면 어느새 한자루에 꽉 찬다.


이렇게 생명력이 강하다

햇빛이 내리쬐는 한 여름 날 곳곳에 둥지를 튼 화살메꽃을 뜯어내다보면 덥고 땀도 나서 짜증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필요없다고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잡초하나 뽑으면서 무슨 현학적인 생각인지, 뭐 이런 생각까지 할일인가 싶다가도

왠지 서글퍼지는게 사실이다.


예쁜 울타리가 있는 곳에서 오로지 그 울타리를 둥지 삼아 화살메꽃이 열렸더라면 관상용으로 환영받았을 것이다. 인터넷에서도 화살메꽃을 관상용으로 키우거나 거래하는 쇼핑몰도 있으니까.


어쩌다 이 텃밭에 피어서 내쳐지는 신세가 되었나 생각하게 된다.


너에게 다음 생이 있다면 꼭 너를 필요로 하는 너를 좋아해주는 사람의 정원에 피기를 이렇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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