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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Aug 21. 2024

4화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날을 세운 날들

스치기만해도 아픈 풀

 프랑스에 오고 난생 처음으로 정원을 가꾸기 시작할 무렵 뭣도 모르고 장갑을 끼지않고 잡초를 제거한 적이 있다.

장갑을 끼면 뭔가 답답하고 일의 속도도 더뎌지는 것 같아서


뭐 잡초는 괜찮겠지 손 씼으면 되니까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정원 초심자는 용감하게 장갑을 버리고 일을 하였다.

속도가 붙어 잡초를 신나게 제거하는데 손등이 뭔가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벌레가 물었나싶어 손등을 들여다보았지만 뭔가에 물린 자국은 없었다.


뭐지 따끔한 느낌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그러다 두번째 따끔거렸을 때 비로소 벌레가 아닌 털처럼 얇은 가시가 돋아있는 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깻잎 비스무리하게 생긴 이 풀의 이름은 쐐기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데 여기와서야 이 쐐기풀의 무서움을 알았다.


이젠 꼭 꼭 장갑을 낀다 경험을 해봐야지 안다

꼭 경험을 해보고서야 깨닫는다.

아파봐야 정신을 차리고 몸을 사린다.


이제 정원에 나갈 때는 꼭 장갑을 끼고 긴바지와 장화를 되도록이면 착용한다.

쐐기풀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걷다가도 다리에 스치면 따갑기 때문이다.



금새 쐐기풀은 방심하면 훅 자란다.

커버린 쐐기풀을 제거하면 위에 달린 씨앗같은게 후두둑 떨어진다.

자신이 제거되면서도 또 번식을 한다.


쐐기풀에게 여러번 당하면서 생각한다.

나도 나를 지키겠다고 상대에게 날을 세운 날이 많다.

다가오는 상대에게 생채기 낸 날을 생각해본다.


하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함은 사람이건 식물이건 매 한 가지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날을 세우지 않고 친절하고 먼저 베풀다보면 그 정도를 넘어서는 사람들이 꼭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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