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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Aug 12. 2024

2화 여기선 안먹는 고사리

여기선 맞고 거기선 틀리다

아이랑 매일 같은 길을 산책하는데 그늘진 곳곳에 고사리들이 많이 자랐다.

우리 집 정원에도 고사리들이 응달을 품고 잘 자라는데 여기서는 먹지 않으니 어김없이 잡초로 분류된다.


십여 년 쯤에 뉴질랜드에 잠깐 거주한 적이 있다.

뉴질랜드는 국기 외에 상징인 깃발이 있는데 검정색 바탕에 흰색으로 고사리가 그려져 있다.

뭔가 고사리에 긍정적인 나라인가? 왜냐하면 서양에서는 고사리에 긍정적인 나라를 찾아볼 수 없으니까

호기심에 뉴질랜드 사람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은색 고사리가 신비하게 여겨지는 것은 사실이나 뉴질랜드에서 고사리를 먹는 사람은 한국인들이라고,

뉴질랜드 유명한 럭비팀 올블랙스의 마크도 고사리를 상징화했다



육개장에 넣어도 맛있고 나물로 무쳐서 비빔밥에 넣어 먹어도 맛있는 이걸 안먹는다고?

의아했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먹지만 다른나라에서는 절대 안 먹는 식물이 종종 있다.


특히나 고사리는 그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 많이 자라길래 먹냐고 물어보니 질색하며 손사레를 친다.


내가 거주하는 노르망디는 비가 자주 내리고 응달이 많아 고사리가 자라면 허리까지 큰다.

시장에서나 이걸 사먹어봤지 직접 재취해서 말려서 먹는 방법은 모르니 나도 이 귀한 고사리를 그냥 보기만 한다.


산책하다보면 어김없이 보이는 고사리들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문화권에 살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일들이 여기서는 예의없게 보이기도 하고,

프랑스에서는 당연한 일들이 한국인 감성으로는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포용력도 이해력도 넓어지기는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성질머리가 나빠져야한다.


몇 십년 동안 고사리를 먹는 식물인줄 알았던 사람이 무슨 재양취급 받는 환경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큰 진리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내 생각이 옳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하잖은 일인가.

길가에 무성히 자란 고사리를 보며 또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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