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기록 - 시처럼 이야기 하기 - 그림을 그리며..
[겨울을 위해 태어난 나무]
나는
지금 연기예요.
가지가 부러진 어느 날
길 잃어 헤매었고
회초리 같은 생을 견디다
불구덩이에 던져졌지만
한 번은 초록이었고
한 번은 여름이었고
한 번은 사랑이었고
한 번은 꿈꾸는 나무였습니다.
비록
허공을 맴돌다
눈보라에 존재가 소멸되어도
나는 이제 곧
고향으로 갈 거예요.
내 뿌리가 있던 곳.
그곳에 내려앉아
뿌리와 함께
겨울 눈을 맞이할 거예요.
겨울을 위해 태어난 나무가 있다.
시대의, 시절의, 시간의 행운을
만나지 못해 버려진 나무들.
30년 만에 만져본... 물감 놀이.
아이는 '산타의 집' 같다고 했다.
산타의 존재는
선물과 희망.
나도 그림에 대한
부끄러움은
잠시 내려두고
한 때는 초록이었던
여름 나무를 애도해본다.
비록 연기로 사라지는
겨울날 일지라도.
존재 자체로
감사했던 이름 없는 나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