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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 Jan 28. 2024

화려하진 않지만


화려하진 않지만

몸을 뒤흔든다

격렬한 몸짓으로


훨씬 이전부터 자신에게 배정됐던

그 세상에서 벗어나고자

온몸으로 투쟁한다

긍민(矜悶)의 춤사위로


화려함에 몸을 숨기지 않고

초라함에 눈물 흘리지 않으며

잊혀짐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긴 시간을 스쳐가는

짧은 순간의 아름다움을 동경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꽃만을 피우기 위해

그저 또 다른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그저 살아간다


화려하진 않지만 



작가의 말


봄에 피는 꽃 중에 매화라는 꽃이 있다.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오랜 시절부터 사군자로 불리우던 꽃인 매화는 이른 봄의 추위를 견뎌내며 자신의 꽃을 제일 먼저 피운다. 또한 한겨울 눈에도 굴하지 않고 봄에 열매를 맺기 위해 몸부림치기에 설중매()라고 부르기도 한다.

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우지만 사람들은 매화의 아름다움보단 벚꽃의 아름다움을 보며 봄을 맞이했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매화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 애쓰지 않고, 겨울이라는 자신에게 주어진 세상을 깨고 잎을 피우기 위해 홀로 몸부림친다.


이 시는 그저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시다.

화려함에 몸을 숨기지 않고, 그저 자기 자신을 마주보고, 때로는 부조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신에게 배정된 자신만의 세상에서 끊임없이 반항하며 자신만의 꽃잎을 피우는 사람들을 위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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