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렇게 가끔.
내 마음에 밝은 햇살이 환하게 비칠 때가 있다.
건강해 보였던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던 상처들이 그 햇살 앞에 모두 다 그대로 비췬다.
어젯밤에도 그러했다.
지나간 사랑이 머물렀던 자리가 조심스럽게 발자취를 남기고 간 바람처럼 조용히 살아있어서 눈물이 맺혔다.
여느 때처럼 그냥 지나치려다 거울에 반사되어 보이는 나의 뒷모습이 아쉬워 발걸음을 멈춰 섰다.
그저 안부를 물을 정도의 생각으로 적막한 공기를 앞세워 그렇게 뒤에 서서 한참을 바라봤다.
보면 볼수록 아득한 어린 날의 소중한 순간들이 눈앞을 가려 그간 존재했던, 아니 묻어두었던 아픔도 두드러져 눈물을 삼키어 본다.
또 한 번.
나를 지키려 발버둥 쳤던 지난날들을 보니 사실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채, 정말로 사실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마음만 소중히 부둥켜안고 있었던 과거의 나를 볼 수 있었다.
안쓰러운 모습이 싫어 외면하지 않고 환한 햇살에 드러난, 그 있는 그대로의 것을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아픔이 서있다.
그것은 분명 '나의 아픔'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당신의 아픔'.
또 누군가에게는 '타인의 아픔'.
그리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남의 아픔'이었을 '나의 아픔'이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었다.
그리고 당신의 입장에서, 타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남의 입장에서 다시 바라보았다.
한참을 생각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아픔이던지 처음 그것을 진지하게 대하려 한다면 둘 중 하나의 위치에 서서 행동을 취하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하나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답을 찾고 해결책을 구하려는 자세이다.
또 하나는,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라는 그 시간을 살리는 데 마음을 쏟고 있는 질문이다.
나는 나의 아픔에 관해 늘 전자의 위치에 서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순간에 가장 강하게 차오르던 슬픔들을 나 자신마저 함께하지 않았기에 흘려보냈어야 할 눈물들이 마음속 유리병에 담긴 채 그곳에 남아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넘어갔던 순간들이 신이 내게 주신 사랑의 흐름이라고 믿는다.
지금은 감당할 수 있지만 그때엔 감당할 수 없었기에 때때로 그렇게 나에 의한 것이 아닌 누군가의 손으로 직접 나의 페이지가 넘겨진 것이다.
나는 다시 그 페이지를 열었다.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내 굵고 짙은 눈물이 밝은 햇살에 따뜻하게 자취를 감추고 스며든다.
그렇게 오늘도,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