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가 있을까?
사랑할 때가 올까?
지금은 사랑할 때일까?
욕망, 소망, 순수함, 사랑.
하얀 눈발처럼, 소복소복 쌓여가는 눈처럼,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눈이 쌓이는 것처럼.
마음속에 일어나는 눈발의 아름다움이 나를 이끌어가니 새로운 사랑이 찾아옴에 나는 한 번 놀라고 두 번 사무쳐 운다. 또 볼 수만 있다면. 또 만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온 적 없던 것처럼 수북이 쌓아 올리는 감정을 나는 '사랑'이라 부른다.
그리고 나의 '무엇'이라 칭할 수 있다면 그것도 역시 높은 벽을 넘어와 내 마음속으로 헤집고 들어와 환히 펼쳐져 부를 수 있는 이름이 되었기에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밤하늘과 달리, 낮에 보는 하늘의 아름다움 속에서 나는 구름밖에 볼 수 없지만,
눈을 감아도 느낄 수 있는 해와 바람과 그리고 그 속에서 밝게 빛나는 내 마음속을 바꾸는 사랑을 나는 또 지긋이 바라보다가 사랑에 사로잡혀 지금 내가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오랜 시간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은 사랑도 있지만 사실 그 뒤엔 소망도 있다.
욕망인지 소망인지 모를 그 어떤 바람들에 대하여, 또 그것이 사람이 되었을 경우에 그에 대하여 우리가 우정이라 부를지 사랑이라 부를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그것 역시 바람이기에 그것은 나의 일상을 힘들게도 하고 웃게도 하며 울게도 하고 사랑하게도 함에 아무런 결단 없이 지쳐 쓰러지는 그 마음은 번민이 되었기에. 물론 사랑엔 대상이 있고 소망엔 하나의 궁극적인 목적 아래 그 대상이 늘 바뀔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쯤 나는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에게 사랑과 소망은 모두 예고 없이 찾아옴에 나는 특별한 것에 대해 특별한 행동을 취할 수 없기에.
소망과 사랑, 그 사이 언저리에서.
어쩌다 마주쳤던 우리의 만남들이 또 이대로 끝이 난다 하더라도, 우리의 소망의 물결이 이렇게 정말로 끝이 난다 하더라도, 나는 이렇게 또 저렇게 눈을 꼭 감고 그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걸어간다. 그럼에도 행복하고 그럼에도 괜찮다. 늘상 그렇게 해왔기에. 그렇게 시간에 응원의 마음을 가득 담아 또 한 번 작별인사를 할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