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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미소를 잃지 마오

서사: 아름다움이 깃든 곳

by 이지희 Feb 25. 2025

소중한 것을 좀 더 기억하기 위해 머물 곳을 찾아다니며 우리의 마음을 쏟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려 마음을 열었다.

하나씩 깃들여진 아름다움을 한 겹 한 겹 벗겨내어 곱씹어 보다 보니 그곳엔 모두 이야기가 있고 결국 그 이야기는 아름답게 보였다.

나는 생각했다. 아니 보이기 시작했다.

울며 세상에 태어난 아기가 어느 날 처음으로 방긋 웃었을 때, 그 순간의 아기도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도 완전한 만족으로 그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힘듦을 녹이는 깔깔 웃어주는 아기의 모습 속에서 사람의 위대함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른이 되어갈수록 우리의 마음과 환한 미소로 가는 그 길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점점 점점 멀어지다 각박한 마음은 우리의 표정을 잡아먹고, 힘들고 아픔에 우리의 미소는 사라지고, 우리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눈을 감기까지 고요함 속에 그렇게도 안타깝게 고꾸라져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다.


예쁜 꽃이 활짝 피었다.

아무도 그 꽃을 소유하지 않는다면 그 꽃은 그 자리에 서서 질 때까지 그 아름다움을 온전하게 펼쳐낼 것이다.

그저 바라만 봐준다면 말이다.

나는 노란 튤립을 좋아한다. 우리 엄마는 내 졸업식에 늘 노란 튤립을 어렵게 구해와 선물해 주시곤 하셨다.

겨울이 지나가던 어느 날, 아직 피지 않은 잎사귀 안에 가려진 노란 튤립을 가지고 와 화분에 심었다. 하루하루 지나고 조금씩 피기 시작하더니 결국 만개를 하여 활짝 폈을 땐 얼마나 예뻤는지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계속해서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또 하루하루 지날수록 한 겹 한 겹 떨어져 있는 꽃잎을 바라볼 때에도 묵묵히 그 꽃이 짐을 그저 바라보았다. 마지막 한 겹이 떨어져 꽃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말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생각한다. 그 꽃의 피고 지는 모든 과정을 비로소 알 때에 그 노란 튤립은 내게 단지 예쁜 꽃이 아닌 아름다운 이야기로 내 마음에 새겨졌다는 것을 그리고 이렇게 내 마음속 나의 튤립이 되어 그때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스무 살이 되던 겨울의 일이다.

모든 친구가 대학을 갔지만 나는 재수를 선택해야 했다. 중고등학교 때 많이 아팠기에 아직 해야 할 공부가 내게 있었다.

3월이 시작하기 전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날, 초등학교 때 소중했던 친구를 보았다. 나에겐 특별했던 친구였다. 나의 모든 서사를 알고 있던 친구였고 나를 많이 아껴주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이 말을 남겼다.

"지희야, 너는 아직 피지 않은 꽃이야."

그때 그 말이 내 마음속에 꽂혔지만 그 의미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지 못했다. 이상했다.

그 후로 내 인생은 더 아픈 일들이 많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마다 내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피지도 않은 꽃이 왜 매번 지기만 하는 거야." 하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나는 피는 꽃보다 지는 꽃이 더 아름다움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안다. 내가 환하게 웃을 때마다 나는 계속 피고 있었고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나는 그렇게 내 자리에서 살아오고 있었음을 본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게 꺾이지 말고 끝까지 홀연하게 우리의 자리를 지켜야 함을 생각해 본다.


인생의 많은 고통들은 수차례 우리를 흔들어 놓는다. 그럼에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미소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여나 사람이 꺾을까 하는 염려가 꽃이 피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고통과 아픔이 또 올까 하는 염려 때문에 지금 내 마음속에 미소를 깃띠우기 위해 열심히 달려오는 행복열차를 멈추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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