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고 살았다. 아니 되돌아보니 난 이미 꿈속에서 살았었다. 그때의 나는 행복했고 재밌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늘 내 마음은 만족함에 감사했다. 부족함을 느껴도 좋았다. 미래에 품은 소망이 나를 풍요롭게 했다. 외로워도 괜찮았다.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스럽게 보였다. 세상은 아름다웠고 나는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것으로 충분했다. 매일 울어도 좋았다. 모든 눈물도 달빛에 비치니 아름다운 보석처럼 반짝인다 느꼈다.
차가운 바람도 괜찮았다. 따뜻한 위로의 말들이 나를 늘 감싸 안아주었다. 나의 젊음엔 책이 있었고, 선율이 있었고, 사랑이 있었고, 믿음이 있었다. 그 중 믿음은 내 삶의 중심이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믿음은 나를 지켜주었다.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던 순간에도 믿음은 나를 살게 해 주었다. 가진 것 없다 느낄 때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할 미래가 내 앞을 기다릴 때마저도 나는 믿음을 가진 것만으로 담대했고 내 두발이 딛고 있는 땅보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때는 슬프지 않았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견뎌보았고 나는 간절히 바랐다. 나의 복잡 다난한 내면의 세계를 함께 믿음으로 걸어가 줄 수 있는 사람이 있기를 바랐다. 기다렸다. 그러나 간절히 바랐던 선물은 그저 선율 안에서 영원히 머물러졌고 나는 믿음만을 붙든 채 그 바람을 아름답게 흘려보냈다. 그리고 홀로 남은 믿음만을 붙잡았다.
믿음은 미래와 현실을 잇는다. 때론 소망을 품고 반응해야 하고 그 반응의 결정들은 나의 현실에 적나라하게 적용되어 많은 것들을 변화시킨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나는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삶 자체가 말처럼 쉽지 않게 느껴지기에 나는 내일에서 눈을 돌려 현재에만 집중해서 살아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현실적이 되고 고통마저 너무 현실적이 되어버려 그저 감사함에 머무는 것이 최고의 복으로 느껴진다. 우리의 마음속에서 늘 갈등하는 것이 어쩌면 오늘밤 숨을 거두면 끝나버릴 수 있는 부질없는 고통처럼 느껴지기에 나는 다시금 발을 디뎌 현재를 열심히 사는데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생명은 왜이리도 강한지. 생명력은 시간보다 공간보다 그래서 오늘보다 힘이 강하다. 그래서 생명력 있는 오늘에 헌신을 다하여 살다 보면 자꾸 그 힘이 오늘을 넘어서 내일을 향해 흘러넘친다. 또다시 나는 소망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욕심으로 없는 것을 바라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소중한 것을 자꾸 귀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애틋하게 펼쳐지기를 바라면서 바래진 꿈이 아닌 또 하나의 바람으로 품어보게 되는 그 힘이 생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