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만 보였던 것들이 아득하게 다시금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좌절과 희망을 한 번에 맛보았다.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나에게 새롭게 시작할 희망을 주었지만 희망을 품었던 것들의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는 나에게 좌절로 다가왔다.
뒤엉켜있는 실타래들이 내 마음을 뒤집듯 힘들게 하는 그 찰나의 순간들 속에서 나는 다시금 돌이킬 수 있기에 또 한 번 다시 일어서기를 간절히 바랐고 그렇게 내가 앉을 수 있는 작은 책상을 찾아 헤매었다.
카페 한편에 있는 따뜻한 자리 한 곳에서 지나가는 새소리와 앞마당에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를 보다가 문득 저렇게 움직이고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자유로운 일상인지를 생각했다.
모든 몸짓과 하루에도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수없는 나의 말들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와 반대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영원할 것 같은 시간 속에서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이라는 시간에 관한 확실한 태도를 가지고 이 일상을 누리는 것이 너무 당연해졌음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나는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요즈음 나는 머릿속도 마음속도 복잡하다. 아니 시끄럽다는 단어가 더 적합할 듯하다.
이것은 소통의 부재이다.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르지만 소통할 곳이 없어 그것들은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나를 힘들게 한다. 그리고 결국 번민이 되어 나를 위태롭게 한다. 그럼에도 나는 안다. 내 마음이 위태함을 느끼는 것이지 내 생명은 결코 위태롭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또 나는 나 자신에게 안정감을 느낀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무엇을 토해내고 싶은 것일까.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
그냥 이럴 땐 우두커니 서있으면 된다. 그러다 보면 다시 갈 길이 보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