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벽의 고래 그림을 보다가
경기도 평택의 어느 카페에 갔다가 벽에 그려진 고래 그림을 보다가 혹 저 고래를 물 위에서 본 사람은 고래를 검은색이라 할 것이고 물 속에서 본 사람은 흰색이라고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유럽에서 천국과 지옥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하는 농담이 있다.
영국인이 경찰을 하고, 이탈리아인이 요리사를 하고 독일인이 기술자를 하며, 애인은 프랑스인이고 스위스인이 통제하는 경우는 천국이란다.
지옥은 독일인이 경찰을 하고, 영국인이 요리사를 하고, 프랑스인이 기술자를 하고, 애인이 스위스인이며 이탈리아인이 통제를 할 경우란다.
저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게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있는 듯하다. 어느 정도 드러나는 성향과 실력의 통계치에 근거할 것이다.
얼핏 따져보니 이제껏 여행한 나라가 서른대여섯 나라쯤 되고, 유럽은 열댓 번 정도, 그 기간을 합쳐 보니 대략 1년 가까이 된다. 길게는 몇 개월, 짧게는 열흘 남짓의 기간들이 보태어진 결과다. 여행을 하며 현지인과 가까이 어울리거나 도움을 받은 적이 제법 된다. 농담에서 소환된 모든 나라들을 최소 서너 번씩은 가봤고 그들의 일상에 가까이 간 적도 있기에 설령 그것이 선입견이나 편견에 기초한 농담이라 해도 어느 정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그중에서 나는 독일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많은 영화와 미디어에서 독일인은 재미가 없고 기계적이며 차갑고 딱딱하고 때론 무섭게 표현된다. 내가 가진 생각도 비슷했다.
독일인들을 실제로 만나면 영화에서 본 것처럼 덩치도 엄청 좋고 외모도 강인해 보여서 살짝 긴장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가장 친절하고 순박하게 대해 준 사람들이 독일인들이었다. 처음 만난 동양인에게 맥주와 음식도 나누고 심지어 처음 만난 날 그들의 집에 초대되어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받은 적도 몇 번 있다.
당시 꽤나 의아해서 ‘당신들은 참 친절하고 좋은데 비치는 이미지는 좀 차갑고 무섭게 생각한다. 왜 그럴까? 전쟁 때문일까? 영화 때문일까?’라고 직접적으로 몇 번 물은 적이 있다. 꽤 불편할 수도 있는 질문일 수 있었는데 비슷한 대답을 들었었다. 자신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지만 잘못한 적이 있고 그래서 더 친절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부채감 같은 것일까 싶었다. 개인적 경험이기에 더 이상 확대 해석은 멈추겠다.
다만, 왜 그들이 집단의 광기에 물들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개인적인 결론은, 영리하고 계산적인 사람들을 선동하기보다는 순박하고 순수한 사람들을 더 선동하기가 쉽지 않았을까. 그래서 선동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순진함의 이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과 집단내에서의 개인의 성향은 엄연히 다르다. 군대에서 나를 엄청나게 괴롭혔던 악질 선임은 군대 오기 전에는 그저 착하고 맹하고 순한 사람이었다고 제대 한참 후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