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일이면 안녕...
살구가 떠나고 우울증처럼 맥이 없던 애... 자두
23년 여름 '살구'가 떠나고 시름시름 앓듯 누워만 지내던 '자두'에게 와 정말 신비할 정도로 종을 초월한 우정으로 '자두'의 활력을 되찾게 하고 절친이 된 '호피'는 이제 '자두'에겐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사실 이사를 가면 '자두'가 다시 외로워하고 우울증처럼 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호피뿐 아니라 다른 고양이 친구들을 못 보게 되니 보니 걱정입니다. 자두는 이상하게 요즘 밥을 먹고 고양이들이 다 떠나고 나면 자두는 혼자 남아 낑낑거리며 어쩔 줄 몰라합니다. 뭔 일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자두'에게 매일 쓰다듬어주며 말을 합니다. "이제 '호피'와는 못 만난다... 내일 우린 이사가... 자두야~
한동안 네가 외롭겠지만 이젠 만날 수 없으니 마음 단단히 먹어둬, 또 그때처럼 밥도 안 먹고 맨날 누워 잠만 자지 말고... 그럼 안돼... 아저씨도 아프다.... 호피를 보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야..."
라고 매일 귀에 대고 말을 했습니다. 저두는 그럼 나를 빤히 바라보며 눈을 맞추다 대뜸 달려들어 나를 핥으려 합니다. 뭐... 알아나 듣고 저러나... 그래선지 어째선지 자두는 요즘 매일밤 혼자 남아 끙끙대고...
안절부절 못 합니다. 어쩌자고...
2022년 12월 어느 날 나를 찾아온 턱시도...
거의 2년 가까이 데크에서 살아온 턱시도... 2년 전 겨울 어느 날, 현관문을 열자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냐옹거리며 말을 걸던 '턱시도'... 그땐 당황스럽고 이상한 상황이어서... 이걸 어째야 하나... 뭐라는 거야... 하며 '턱시도'를 내려다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었지요. 그 후 눌러앉아 나를 자연스럽게 집사로 만들어 버린 애, '턱시도'... 내 첫사랑 같은 아이입니다. 그간 고양이를 생각해 본 적이 단 1도 없었고 내 인생에 고양이가 들어오리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애가 찾아와 나를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턱시도'는 가장 정이 깊게 가장 많이 들어서 제일 눈에 밟히는 아이입니다. 이 애에게도 매일 고막이 쓰리게 속삭여 줍니다. "턱시도야... 이젠 너를 만날 수 없어... 내일 자두와 이 아저씨는 여길 떠나... 그러니 너는 이제 다른 집에서 밥을 먹어야 해.... 미안해, 시도야... 다른 집을 알아봐... 이 동네서 너를 받아줄 만한 집이 있을 거야, 네 미모로는 충분하단다.... 미안해... 하필 겨울이 되는데 너랑 헤어지게 돼서... 하지만 너를 데리고 갈 수가 없어서... 그래... 미안해... 널 두고 가서...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라며 매일 쓰다듬고 이렇게 변명 같은 말로 애들을 가스라이팅 합니다. 그럼 이 애는 뭔 반응인지 '냐옹~' 하고 빤히 바라봅니다.
활력을 잃은 자두에게 움직임을 되찾아 준 호피...
자두를 살려준 애, 호피... 정말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작고 깡마른 고양이 한 마리가 큰 고양이에게 쫓겨 자두 우리로 도망갔는데 그때 자두가 이 애를 받아들이고 큰 고양이를 막아준 겁니다. 그 후로 이 애는 자두 우리를 집 삼아 거기서 밥도 먹고 머물고 하더니 활력을 찾은 자두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마치 연인처럼 똑 붙어 다니고 자두는 이 애를 열심히 핥아주고... 산책도 같이 다니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TV 프로그램에 내보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들 했습니다. 그렇게 1년 넘게 자두와 우정을 쌓아온 호피에게도 요즘 매일 말해줍니다. "호피야... 이제 아저씨와 자두는 내일 떠난단다... 그래서 너는 자두를 못 만나... 밥도 이젠 다른 곳에 가서 먹어야 해... 미안하지만 그렇게 되었어... 호피... 큰 애들이랑 싸우고 다치지 말고 잘 지내... 이제 못 보는 거야... 자두도... 나도... 미안해... 호피... 건강하게 잘 지내... "
이 애는 오늘도 비를 맞으면서 자두와 산책을 했습니다
삼순이와 새끼들...
사실 내가 떠나면 성묘들은 각자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 다시 살길을 찾아가겠지요. 그중 몇몇은 영역을 정하지 못하고 계속 떠돌며 지내고 누군가는 영역을 차지하거나 공유하며 다시 자릴 잡아가겠고요... 그런데 이 삼순이새끼들은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자란 애들이니 어디로 갈까... 가 걱정입니다. 이 애들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손을 타지 않습니다. 일부러 이 애들에게 매정하게 대하려 했습니다. 가슴이 아프지만 간식은 주지 않고 있습니다. 맛을 들일까 봐서요... 애들이 집으로 여기고 사는 현관 앞 나무 박스도 치워야 하고요...
그래서 일단 손을 타는 어미... 삼순이가 어쩌다 오면 어미에게 말을 합니다. " 삼순아... 내가 떠나면 네 새끼들은 네가 어디든 데리고 가서 독립을 시켜... 이제 내일이면 여기서 애들이 지낼 수는 없어.... 애들이 다른 곳에 자릴 잡도록 네가 도와줘... 삼순아... 미안하지만 네 새끼들.... 더 이상 여기서 밥을 먹고, 여기서 잠을 자고, 여기서 살 수 없어... 그러니 네가 애들을 어디 다른 데로 보내서 독립을 시켜... 삼순아..."라며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정말 내가 떠나면 이 새끼들은 어찌 될지 걱정입니다.
그리고 손타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매일 쓰다듬으며 말을 해줍니다.
턱시도만큼 오래된 치즈 1호, 또다시 데크에 나타나 일진 아줌마가 된 고등어, 자두네 집 지붕 위에 있는
공공의 적 블랙이 2호 등에겐 손길을 허락할 때 말을 해줍니다. "이젠 더 이상 너희를 볼 수 없다... 건강히 잘 지내라... 어디든 자릴 잡고 잘 살길 바란다... 싸우지 말고... 다치지 말고 건강해..." 라며 말입니다.
그리고 손을 타지 않는 애들에겐 멀리서나마 말을 해줍니다
치즈 1호만큼 오래된 젊잖은 치즈 2호, 거의 반년만에 다시 나타난 블랙이 3호(로 추정되는), 알 수 없는 새끼 까망이, 가끔씩 다시 오는 최강신예... 등에게도요. "얘들아... 미안해.... 더 이상 너희를 볼 수가 없단다...
여기 떠나 각자 다시 자릴 잡아야겠지만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 올 겨울이 춥다는데 잘 이겨내길~
잘 있어 얘들아..." 그리고 나는 내일 이곳을 떠납니다.
애들을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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